환갑 진갑을 지낸 사람이다. 어쩌다 지하철을 타고 보면 노인들의 민망스런 모습을 가끔 보게 된다.
복잡한 승객들 틈을 비집고 젊은 사람 앞으로 가면서 『아이구 다리야. 어지러워 죽겠네』 하면 아무리 강심장인 사람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는 못배긴다.
자리를 양보받은 할머니는 금방 생기가 돌아 『얘들아, 나 여기 앉았다』고 소리쳐 일행을 앞으로 불러 모은다.
또 어떤 노인은 굳이 노약자석 앞으로 가서 내 자리 내놓으라는 듯이 눈을 부릅뜨며 자리양보를 강요한다. 나도 가끔은 젊은이로부터 자리양보를 받아 앉아 보지만 그때마다 마음은 편치 못하다.
공부하는 학생, 통근하는 샐러리맨들 모두가 젊은이라해도 잠이 부족하며 심신도 고단하지 않겠는가. 노인이 앞에 서면 눈을 감고 잠든체하는데 오죽 고단하면 그러겠는가. 그들은 실제 잠시 쉬거나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는 것이다.
나이가 좀 들었다고 해서 그들의 휴식을 빼앗아서는 안된다. 젊은이가 노인에게 선뜻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으나 그리 복잡하지도 않은 차내에서 꼭 젊은이 앞에 버티고 서서 내 자리 내놓으라는 듯 헛기침을 하는 모습은 여간 추해보이지 않는다.
서있는 것도 운동이 된다고 한다. 웬만한 거리는 운동삼아 서서 간다는 생각을 갖자. 늙어갈수록 젊은이들에게 추한 모습을 보이지 말았으면 한다.
여운수(서울 성북구 장위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