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피자가게는 주문하면 10분안에 달려오고 다른 곳은 1시간후에 오고 맛도 떨어진다면 어디가 장사가 잘 될까요. 금융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불꽃경쟁의 막이 오를 겁니다』(금융개혁위원회 관계자)
14일 대통령에게 제출된 금융개혁 제1차 보고서는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실었다. 지금까지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기관들은 정부가 갈라주고 보호해준 영역 안에서 「침입자」를 걱정하지않고 안주해왔다. 「금융기관은 망하지 않는다」는 불사(不死)신화 속에 안이한 경영을 해왔다. 금리규제와 지시금융이 계속됐기 때문에 정말 필요하고 적절한 곳에 자금이 가지도 않았다. 정부가 인사와 경영까지 통제해 금융기관이 기업성격의 조직이라기보다는 말그대로 「기관」으로 행세해왔고 그것이 통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은 다급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들은 외국의 금융권에 하나둘씩 옷을 벗어줘야할 상황에 처했다. 해법은 단 한가지. 헤비급 선수들과도 싸워볼 수 있는 체질을 만들어 링위에 올려보내는 것.
그래서 금개위는 은행 증권 보험사의 업무영역을 일정부분 겹치게 해 내부경쟁을 촉발하는 방안을 앞세웠다. 각 금융기관의 부문별 핵심업무만 남기고 나머지 업무는 칸막이를 텄다. 경영을 잘하는 금융기관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다. 개별업체간, 또는 업종간 부침이 예상된다.
은행은 종금사가 독점적으로 취급하던 실세금리 연동형 금융상품을 취급하게 됐고 증권사는 기업어음(CP)과 외환업무를 가져갔다. 심심찮게 영역다툼을 하던 생보사와 손보사는 상해 질병 개호(介護)보험을 함께 취급한다.
고객들의 저축은 취급하지 않고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업무를 하는 신용카드 할부금융 리스 벤처금융 등은 아예 등록제로 바뀐다. 인가제를 유지하는 신용카드를 빼고는 등록만 하면 여신전문 금융기관을 만들 수 있으니까 「비즈니스」가 생존의 관건이 된다.
한보사태의 본질도 금개위의 눈에는 이렇게 비쳤다. 『누가 은행의 주인인지를 혼동한 거죠. 정부가 주인행세를 해왔고 정부에 줄만 대면 은행장이고 상임이사고 할 수 있었으니 정확한 평가도 없이 엄청난 거액을 빌려준 겁니다』
이제 「진짜 겁내야 할 대상은 주주와 고객」이라는 인식이 금융계에 퍼질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이익을 내지 못한 경영진은 이들의 매서운 추궁을 받아야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윤희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