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55)

  • 입력 1997년 4월 15일 08시 46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8〉 이런 무인도에 말이 매어져 있다니.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억누르며 암말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내가 다가가자 말은 놀랐는지 갑자기 소리높여 울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땅속에서부터 덩치가 큰 사내 하나가 불쑥 튀어나오며 고함쳤습니다. 『네 이놈! 왜 남의 일을 방해하느냐?』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는 무시무시한 눈을 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얼굴은 온통 검은 수염으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나는 겁에 질린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오, 나리! 당신의 일을 방해하다니요? 저는 다만 이 무인도에 말이 매어져 있는 것이 기이하여 가까이 다가왔을 뿐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상대는 나의 몰골이 아무래도 기이하게 보였던지 내게 물었습니다. 『너는 대체 누구냐? 어디서 왔느냐? 그리고 왜 여기 와 있느냐?』 이렇게 묻는 사내는 그러고 보니 보기와는 달리 그다지 난폭하거나 못된 사람 같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적이 안심이 되어 대답하였습니다. 『저는 타국 사람으로서 방랑자입니다. 항해를 하던 중 재난을 당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알라의 도움으로 이 무인도에 혼자 표류하여 왔던 것입니다. 이 섬에 도착한 이후 사람을 만난 것은 당신이 처음입니다』 내 말을 들은 상대는 내 처지가 측은한지 혀를 차며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먹지도 못했겠구먼. 날 따라와』 그리고는 나를 객실같이 생긴 넓은 지하실로 데리고 가더니 먹을 것을 내놓았습니다. 섬에 도착한 후로 오직 나무 열매와 물만으로 연명해 왔던 나는 그가 내놓은 음식을 보자 게걸스럽게 먹어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한 나의 모습을 사내는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내가 식사를 끝내자 상대는 나에게 자초지종을 좀더 자세히 이야기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고향을 떠나온 뒤에 있었던 사건들을 죄다 털어놓았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고 난 사내는 몹시 놀라워했습니다. 그러한 그에게 나는 물었습니다. 『나리,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리께서는 어떤 분이며, 왜 이 외딴 섬에 혼자 와 계시며, 왜 이런 지하실에서 지내시며, 그리고 왜 해변에다 그 암말을 매어놓았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내가 이렇게 묻자 상대는 순순히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나는 미르쟌 왕을 위해 일하는 마부로서 임무를 띠고 이 섬에 와 있는 몇 사람 중 한 사람이야』 『미르쟌 왕이라고요? 그 분은 어떤 분이시지요?』 『그 분은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이 나라의 임금님이시지. 이 섬도 그 분 영토 중 일부지. 그런데 우리 임금님께서는 세상에서도 다시없는 명마를 갖고 싶어 하신단 말야. 그래서 매달 초승달이 뜰 무렵이 되면 아직 한번도 흘레하지 않은 최상의 암말을 이 섬으로 데리고 와 해변에 매어놓고는 각자 지하실에서 숨어 동태를 살피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지. 이 달에도 우리는 더없이 좋은 암말을 데리고 와 해변에 매어두고 지하실에 숨어 엿보고 있는데 난데없이 당신이 나타나 우리일을 방해했단 말이야』 <글:하일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