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김혁중/한국기업 잇단 부도소식 보도에 착잡

  • 입력 1997년 4월 15일 09시 32분


베트남과의 합작회사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수개월째 호치민시에서 생활하고 있다. 현재 이곳의 날씨는 낮기온이 섭씨35도 이상이며 밤에도 25도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악조건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욱 견디기 어려운 것은 현지 언론들의 한국에 대한 보도다. 신문이나 TV 등 언론매체들은 한보그룹 삼미그룹 부도 이후 한국경제가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그위에는 현 정권이 관계하고 있으며 그 결과 세계 무역시장에서 한국의 신용도와 경쟁력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는 보도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 그저 답답하고 슬프다. 우리 아버지 세대들은 70년대에 열심히 일했다. 가난을 벗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먹을 것 입을 것을 참고 아끼면서 오직 근대화를 위해 몸바쳐 일했다. 그 결과 아시아의 네마리 용, 제2의 일본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눈부신 경제성장을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경제가 왜 무너지고 있는가. 한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관심은 정치에 쏠려 있다. 「반 이회창이다, 친 이회창이다」 「내각제다, 대통령제다」 「김현철 별건 구속 반대다」 「정태수리스트」 「한보 돈 먹었냐 아니냐」 등에만 이목이 집중돼 있다. 현 정치인들은 경제가 없으면 정치도 국가도 없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우리가 할 일은 「경제를 살리는 일」뿐이다. 해외에서 열받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김혁중(베트남 호치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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