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보청문회에 증인으로 출두한 국민회의 權魯甲(권노갑)의원은 형사사건미결수의 신분인 것을 잊은 듯 시종 당당한 태도로 거침없이 답변했다.
권의원은 특히 특위위원들의 신문표현에서부터 태도 그리고 신문내용에 이르기까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야권중진인 자신의 「인격」을 손상시킨다고 생각되는 대목에 대해서는 일일이 지적하고 넘어갔다. 어떤 대목에서는 누가 신문하는 사람이고 누가 신문받는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오히려 특위위원들을 「꾸짖기도」 했다.
그런데도 여당특위위원들은 권의원의 당찬 언행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고 국민회의 소속 특위위원들은 권의원을 노골적으로 감싸고 돌아 이를 TV로 지켜본 시청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권의원은 첫 신문자인 신한국당 金學元(김학원)의원이 『정재철의원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데 평소 용돈을 얼마나 받았느냐』고 묻자 『상당한 액수』라고 말한 뒤 『(구체적 액수는) 그 분과 나의 프라이버시』라며 질문 자체를 일축, 김의원은 결국 한가지 질문도 채 못하고 제한된 시간을 넘기고 말았다.
권의원은 민주당 李圭正(이규정)의원이 『정재철의원으로부터 세 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돈을 받아왔는데…』라며 신문을 시작하자 즉시 신문을 중지시킨 뒤 『상습적이 아니고 성의껏 도와준 것이다』고 표현 자체를 수정하기까지 했다. 이에 약간 기분이 상한 이의원이 『鄭泰守(정태수)한보총회장이나 정의원이 국정감사 무마용으로 돈을 줬다기에 묻는 것 아니냐』고 되묻자 『이의원이 그 사람들의 말을 근거로 얘기하면 객관성이 없는 것』이라고 「면박」을 줬다.
창피를 당한 이의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권의원이 과거 수서사건 때 2억원을 받은 사실까지 들춰내며 다시 『그러면 상습적인 것 아니냐』고 말하자 권의원은 정색을 하며 『인격존중 차원에서 그렇게 신문하면 안된다』며 타일렀다.
이어 이의원이 『하얏트 호텔에서 정총회장으로부터 돈가방을 받아 나오다가 종업원에게 들키지 않았느냐』고 묻자 권의원은 「들켰다」는 표현에 반발, 결국 신문자와 피신문자가 언쟁을 벌이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권의원은 이날 신문받는 동안 시종 『내용을 확실히 알고 질문하세요』 『그러면 내가 묻겠는데…』 『인격을 존중하며 신문하세요』라며 특위위원들의 신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얘기를 해 나갔다. 권의원의 이런 답변태도는 증언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김창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