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보청문회에서 특위위원들은 한보의 대표적인 로비스트인 李龍男(이용남)전한보사장을 상대로 △정치인상대 로비 △청와대 로비 △경조비와 후원회비, 골프모임을 이용한 로비 △한보내 로비스트들의 역할분담 등에 관해 집중추궁했다.
의원들은 또 이전사장이 한보 아산만개발 사업본부장이었던 점에 주목, 아산만부지매립의혹을 제기했고 이전사장이 참가했던 「4월회」와 「고려라이온스클럽」을 로비에 이용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 정치인 직접 로비 ▼
이전사장은 『한보문제가 국회에서 거론되는 것을 막기 위해 로비를 벌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국정감사같은 특정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포괄적으로 도와달라는 의미였다』고 밝혔다.
이전사장은 『야당의원 뿐만 아니라 여당 현직의원, 전직의원에게도 돈을 준 적이 있다』면서 『그러나 정부 공무원에게는 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 청와대 로비의혹 ▼
의원들이 이전사장의 차량운행일지(본보 4월2일자 39면)를 들이대며 『청와대에 간 사실을 밝히라』고 묻자 『지난해 8월13일을 포함, 두번 청와대에 들어가 尹鎭植(윤진식)재정금융담당비서관을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한보 동아시아가스㈜가 러시아 주식을 취득했는데 이 과정에서 법적용이 잘못돼 평소 아는 윤비서관에게 자문을 구하러 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출압력을 위해서 로비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원들이 『윤비서관은 재정금융 담당으로 그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추궁하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전사장은 『윤비서관외에도 청와대에 아는 사람이 많지만 필요없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 후원회비 지원―골프모임 ▼
이전사장은 △92년 1억9천만원 △93년 2억3천만원 △94년 2억1천만원 △95년 2억3천만원 △96년 2억7천만원 등 모두 11억3천만원을 사용한 사실을 시인하고 『이가운데 7억5천만원을 정치인 공무원 언론인에 대한 경조비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전사장은 『한번에 1백만원 낼 때도 있고 1백만원 이상일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후원회비와 관련, 이전사장은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20명이상에게 1천만원 한도내에서 50만∼1백만원 정도 냈다』면서 『예외적인 경우 1천만원 이상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8월 기흥 골프장에서 민주당 李重載(이중재)의원을 비롯, 고려대출신 의원 20명과 골프를 쳤다』며 골프로비사실도 시인했다.
▼ 로비역할 분담 ▼
이전사장은 『야당의원 담당 로비스트가 아니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야당 전담이란 말은 있을 수 없고 총수(정태수)께서 지시사항이 있을 때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金民錫(김민석·국민회의)의원이 『그러면 정총회장이 무슨 문제가 있을 때 한보내 인맥을 조사해 사람을 골라서 로비를 시켰던 것 아니냐』고 따지자 『난 모른다』고 발뺌했다.
▼ 공유수면매립비용 의혹 ▼
의원들은 『당진제철소 공유수면매립 면허를 얻을 때의 예상비용은 5백74억원이었으나 95년3월 공사를 끝냈을 때는 2천8백97억원으로 비용이 늘어났다』며 『차액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또 『평당 매립가 38만6천원은 인근 삼성종합건설의 평당 매립가 7만원보다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따지자 이전사장은 『원래 우리가 매립하던 지역의 공시지가 자체가 훨씬 비쌌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원들이 『한보의 아산만 매립과 관련해 당초 한전부지였던 14만평이 한보에 편입돼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하자 『이 부지는 한전이 2010년에 화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곳이었으나 그 당시에 이미 중화학 공단으로 기본계획이 변경돼 있었으므로 특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한보철강의 건설계약과정 및 건설비와 노무비의 과다 계상,사채시장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았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이 빗발치자 『자금과 회계관계는 담당하지 않아 잘 모른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 4월회 등과의 관계 ▼
이전사장은 『4월회와 고려라이온스클럽에서 활동했지만 이 단체를 이용해 로비를 한 적이 없다. 고려 라이온스클럽은 「WESERVE」, 즉 봉사하는 곳이다. 4월 혁명정신의 숭고한 이념을 수행하는 4월회가 모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 청문회장 주변에서 『그래 잘났다』는 야유가 나왔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