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 말소사건」은 아직도 생생하지만 해방후 처음 맞은 「태극기의 영광」을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베를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옹이 지난 36년 일제하에 신음하던 민족의 한을 달랬다면 서윤복옹(74)은 세계 4대 마라톤중 하나인 47년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함으로써 주권을 되찾은 국민의 가슴에 뜨거운 긍지를 안겨줬다.
―오는 19일이면 보스턴마라톤 우승 50주년을 맞는데요….
『해방은 됐지만 남북이 이념문제로 등을 돌리고 있던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미국사람들은 한국이란 나라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지요. 나의 우승소식이 전해지자 잠시나마 국민들은 하나가 됐고 특히 기뻐 어쩔줄 몰라했던 미국교민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서옹은 미국교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화에 곧바로 귀국하지 못하고 43일간이나 미국 각지를 돌며 축하세례를 받았다고 회고한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지요.
『1년에 60일정도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등지로 산행을 합니다. 또 아침마다 집 주위에서 산책과 가벼운 달리기를 하고 있지요』
―후배들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황영조는 재질이 뛰어난 선수인데 젊은 나이에 은퇴한 것이 아쉽습니다. 이봉주는 누구보다도 정신력이 강하기 때문에 충분히 재기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김이용은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선두주자지만 좀더 기량을 보완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마라톤의 앞날은 어떻게 보시는지.
『무엇보다 저변확대가 시급합니다. 육상연맹이 신인발굴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한다면 한국마라톤의 영광은 길이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재단법인 한국마라톤후원회 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서옹은 오는 19일 모교인 숭문고등학교 대강당에서 보스턴마라톤제패 50주년 기념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장환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