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10〉
한 차례 소동이 끝났을 때서야 다른 마부들은 나를 발견했던지 모두들 의아해 하는 눈길들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나와 함께 지하실에 숨어 있었던 검은 수염의 마부는 나를 대신하여 나의 신세 이야기를 그의 동료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나의 신세 이야기를 들은 마부들은 내가 불쌍한지 저마다 혀를 찼습니다.
이윽고 마부들은 교미가 끝난 암말을 끌고 출발하였습니다. 나도 그들을 따라갔습니다.
섬의 반대편에 세워 둔 그들의 배를 타고 두어 시간 쯤 갔을 때 아름다운 섬 하나가 나타났고, 그 섬 한가운데 있는 그림 같은 궁전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섬이야말로 미르쟌 왕국의 수도였던 것입니다. 미르쟌 왕은 그러니까 그 섬과 인근의 도서들로 이루어진 소왕국을 다스리는 군주였던 것입니다.
마부들은 왕 앞에 나아가 나에 대한 일을 아뢰었습니다. 왕은 지체없이 나를 불러들이라 하였으므로 나는 일동을 따라 왕 앞에 나아가 바닥에 엎드려 인사하고 왕의 장수를 빌었습니다. 그러자 왕은 간곡한 환영의 말을 한 다음 나의 장수를 빌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나의 신세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나에게 닥친 일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고난 왕은 매우 놀라워하며 말했습니다.
『정말이지 그대는 희한하게 살아났군. 그대의 천명이 길지 않았던들 어찌 그런 궁지에서 살아날 수 있었겠는가. 그대를 보살펴준 알라께 감사드리라』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왕은 기분이 좋아졌던지 여러가지로 나에게 말을 걸며 다정하게 환대해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왕은 나를 부두의 감독관으로 봉하여 항구를 드나드는 모든 배를 기록하고 외국 선박에 대해서는 그 크기와 선원의 수에 따라 적정한 입항세를 매기라고 분부하였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순박하고 인심이 좋기는 했지만 셈이 어둡고 글을 읽고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내가 셈이 밝고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왕은 알았기 때문입니다.
미르쟌 왕국에서 나의 삶은 그런대로 순조로웠습니다. 나는 왕을 모시고 충실히 일했으며 어떤 분부에 대해서도 고분고분 시행하였으니 나에 대한 왕의 총애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왕으로부터 갖가지 호의를 받았고 값비싸고 호화로운 어의도 하사받았습니다. 나는 왕의 신임이 두터웠으므로 청원할 것이라도 있으면 사람들은 곧잘 나를 찾아왔고, 그런 경우 나는 왕과 백성사이에 서서 청원자의 요구가 충분히 이루어지도록 중개와 주선을 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되니 왕뿐만 아니라 백성들도 나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나면 나는 여러 섬들을 돌아다니며 이국의 정취를 한껏 맛보곤 했습니다. 미르쟌 왕국은 비록 크지는 않지만 아주 풍요로운 나라였습니다. 숲에는 온갖 과일들이 풍성하게 열리고 새들의 노래소리가 가득했습니다. 곳곳에 맑은 샘이 솟아올라 개울을 이루고, 개울들은 다시 강을 이루어 대지를 적셔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다에는 갖가지 고기들이 많이 잡히고 최상급의 진주가 널려 있었습니다. 게다가 교역하는 배들이 무시로 들락거렸기 때문에 갖가지 신기한 상품들이 넘쳐났습니다. 주민들은 근면하고 분별력이 있으며 인심이 후했습니다. 남자들은 건강하고 여자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