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 앞에서 거리낌없이 껌을 씹을 수 있는 간 큰 부하는 없다.
롯데그룹 중앙연구소 이의선부장(47). 그는 상사 앞에서도 당당하게 껌을 씹는다. 껌을 씹는 것이 그의 일이기 때문.
『하루 일과는 껌씹기로 시작됩니다. 매일 아침 팀원 6명과 함께 전날 생산된 껌과 개발중인 시제품을 시식하면서 품평회를 갖습니다. 껌을 씹으면서 풍만감이 나는지, 탄력성은 좋은지, 얼마나 딱딱한지, 향이 잘 퍼지는지 등을 체크하는 거죠』
20년간 이 일을 해온 이부장은 『좋은 껌인지 아닌지는 인간의 관능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열심히 씹는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매일 매달려도 5∼7년이 지나야 제대로 품평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화공학을 전공한 그가 껌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77년. 지방근무가 싫어 롯데그룹 연구소에 입사하면서 「껌 맨」이 됐다. 롯데제과가 수출 및 내수용으로 현재 생산하는 껌 90여종이 거의 그의 입을 거쳐 태어났다.
그가 테스트하는 껌은 하루평균 20개. 그렇게 씹은 껌이 모두 12만개쯤 된다. 껌 한개가 3g이므로 무게로는 3백60㎏정도. 지나가는 사람의 입에서 나는 향취만으로도 무슨 껌을 씹는지 알 수 있고 음식점에 가서도 「맛 훈수」를 할 수 있는 경지가 됐다.
껌이 치아에 나쁘다는 설에 대해 「껌도사」는 20년간 껌시험장 역할을 해온 자신의 치아를 보여주며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신 10분 이상 씹어야 껌 속의 당분이 완전히 제거돼 문제가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어린이들은 1∼2분 씹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양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그는 당부한다.
『비록 작지만 껌에는 여러가지 미덕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껌을 씹으면 얼굴이 밝아집니다. 파로틴이라는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이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됩니다. 국가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상품입니다. 껌 1t은 시가로 2천5백만원정도인데 웬만한 자동차보다 값이 더 나갑니다』
〈양영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