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려한 산자락을 깎아 벌거숭이로 만든 뒤 그대로 방치한 골프장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이들 골프장들은 지난 6공말 무더기로 허가를 받았으나 자금부족이나 주민반발로 공사에 착수하지 못하다가 사업승인이 취소될 것을 우려해 눈가림공사로 산림을 마구 잘라내고 산허리를 파헤쳐놓은 채 팽개쳐져 있다. 흉물스런 몰골도 그렇지만 장마철을 앞두고 대규모 산사태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골프장 건설은 계획대로 공사가 진척된다 해도 만일의 산사태 대비책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장마철 토사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위한 침사조 설치는 필수적이고 깎아내린 산허리도 높이가 20m를 넘지 않아야 하며 수령 20년이상 산림은 보존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골프장 건설현장에서 이같은 환경영향평가사항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하물며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된 골프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지난 91년 7월 경기 용인군에 건설중이던 태영 화산 남부골프장의 산사태는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한 탓에 빚어진 참사였다. 당시 산사태로 일가족 5명이 토사에 묻혀 숨졌으며 가옥 20채와 농경지 10만평이 매몰되었다. 현재 공사가 중단된채 방치돼 있는 골프장을 그대로 놔두었다가는 어떤 참사가 또 빚어질지 모른다. 비록 큰 참사가 나지 않더라도 토양의 유실은 생태학적으로 환경오염이나 산림훼손보다 더 무서운 환경파괴다.
건설공사를 마무리할 능력이 없거나 장기간 공사를 중단하고 있는 골프장은 사업승인을 취소하고 훼손한 산림을 원상복구토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사업승인후 6년안에 공사를 하지 않거나 중단된 공사를 재개하지 않을 경우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허가취소를 피하기 위해 수년째 위장공사에만 매달려 있는 경우도 앞으로의 건설능력 여부를 따져 적절한 행정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뿐만아니라 모든 골프장에 대한 산사태 예방대책 일제점검도 필요하다. 공사가 진행중인 골프장은 물론 기존 골프장의 산사태 우려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골프장 허가는 지난날의 일이지만 그것이 자연의 황폐화와 엄청난 재난으로 이어지게 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