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58)

  • 입력 1997년 4월 18일 07시 41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11〉 그 나라에는 또 갖가지 불가사의한 것도 많았으니 한번은 길이가 이백 완척이나 되는 물고기가 물이 얕은 포구에까지 들어온 적이 있었습니다. 어부들은 그 거대한 고기를 두려워하여 나무조각을 딱딱 두들겨 쫓아버렸습니다. 그런가 하면 나는 또 머리가 올빼미처럼 생긴 물고기를 본 적도 있습니다. 그밖에도 별별 희한한 것도 많았습니다만 그것들을 일일이 이야기한다면 여러분들은 싫증이 날 것같아서 생략하겠습니다. 이렇듯 미르쟌 왕국에서 나는 이국의 정취를 맛보며 아쉬울 것 없이 살았습니다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고향에 두고온 친척들과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라 때로는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거리를 지나 항구로 갈 때마다 상인이며 여행자며 뱃사람들을 붙들고 바그다드에 대하여 묻곤 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바그다드에 가본 사람은 고사하고 바그다드라는 도시에 대하여 들어본 사람마저도 만나 볼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몹시 실망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니 고향 떠난 방랑자의 여수는 더욱 깊어만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미르쟌 왕은 나에게, 내 얼굴이 왜 그리 수척해보이느냐고 하면서 나를 시름에 잠기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숨김없이 털어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실토하였습니다. 『자애로우신 임금님! 저는 이 나라에 온 후 임금님의 은혜를 입어 아쉬울 것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만, 그런데도 한가지, 고향에 대한 그리움만은 억제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의 낯빛이 그리 수척하게 보였던가 합니다』 내 말을 듣고난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대의 심정은 이해할 만하다. 인간은 누구나가 고향을 떠나면 고향을 그리워하게 마련이니까. 그러나 그대의 고향인 바그다드라는 도시가 대체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이렇게 말한 왕은 잠시 생각에 잠긴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왕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그대의 시름을 달래줄 묘책이 하나 있는데 그대는 부디 마다하지 말아주기 바란다. 그대가 향수병에 시달리게 되는 것도 따지고 보면 그대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만약 그대 곁에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면 그대의 향수병도 어느 정도 가벼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대는 내 백성 중에 한 여인과 결혼을 하도록 하라. 게다가 나의 충성스런 대신한테는 마침 혼기에 이른 딸이 하나 있는데 그대가 원한다면 내가 중매를 서 주겠다』 왕이 중매를 서 주겠다고 하자 나는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내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는 것도 생각해 보면 혼자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했습니다. 『임금님의 은혜는 하해와 같사옵니다. 임금님의 그 자애로우신 권유를 제 어찌 거절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자 왕은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왕은 어떻게 해서든지 나를 자기 나라에 붙들어두고 싶었던 것입니다. 왕에게 있어 나는 이미 없어서는 안될 만큼 요긴한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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