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크로아티아]모든 계약 『아차』하면 낭패

  • 입력 1997년 4월 18일 07시 42분


『크로아티아 사람들과 계약을 할 때는 아주 세밀한 사항까지 모두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계약서를 쓴 후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자그레브에 도착한지 얼마 안돼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분에게 들은 얘기였다. 그런데 이 말이 날이 갈수록 실감을 더해간다. 주택 임차계약을 하는데 주인이 자기가 만든 계약서만을 고집하며 한자도 고칠 수 없다고 하는 게 아닌가. 계약서 내용을 보았더니 별로 특별한 조항도 없었다. 임차료와 지급방법에 대한 합의만 이뤄지면 계약서에는 별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별게 아니라고 여겼던 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입주한지 한달이 지나 주인으로부터 지난달의 관리비를 납부해 달라는 서신이 왔다. 난방비 수도요금 등 주인과 공동으로 사용한 관리비였는데 금액은 그 집의 전체 관리비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공공서비스 기관에서 보내온 청구서를 보여 달라고 했더니 계약서상 청구서는 집주인이 작성한 청구서라고 주장하며 집주인의 청구서에 따른 금액을 받아들일 수 없으면 계약위반이니 집을 비워 달라는 얘기였다. 이런 경우는 사업을 할 때도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간단한 구매계약서나 일반적인 서신을 작성할 때도 가능한 한 상대방으로 하여금 오해를 살 여지가 없도록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계약서상 조금이라도 허점이 발견되면 이를 근거로 계약서의 모든 중요한 내용까지도 자기에게 유리하게 변경하도록 다시 협상을 요구하곤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공식적인 신용카드 외에는 별도의 신용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먼저 돈을 지불해야 하고 일단 대금을 받은 후에야 모든 행동이 취해진다. 돈이 완불되지 않은 계약, 신용을 바탕으로 한 계약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적어도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함께 산다는 믿음이 있는 사회로 발전하기까지는. 이상광 (자그레브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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