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윤기는 『○○가 선생님 지갑을 꺼내자고 해서 1백원 꺼내 썼어요』라고 대답했다. 윤기는 『친구가 시켜서 했을 뿐』이라면서 자신이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엄마로부터 확인받으려 했다.
윤기는 여섯 달 전에 했던 나쁜 짓에 대해 고민하다가 이날 엄마에게 털어놨던 것이다.
엄마는 여섯 달이나 마음앓이를 했을 아이가 가엾다는 생각에 윤기를 끌어안으며 『너 얼마나 힘들었니. 솔직하게 이야기 하지 않으면 누구나 힘든거야』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는 계속 『엄마 난 안 훔쳤어. ○○때문에 한 거야』라고 발뺌을 했다.
윤기 엄마는 『누가 시켜서 했어도 남의 지갑에 손을 대는 것은 나쁜 일』이라고 가르쳐주고 윤기의 용돈을 선생님께 갖다 드리도록 했다.
선생님에게는 윤기 모르게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도움을 청했다. 윤기 엄마는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선생님은 『윤기가 돈을 훔쳤던 6개월 전부터 ○○와 놀지 않으려 하고 말이 줄었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한다. 이 과정에서 고민도 하고 정서적으로 상처를 입기도 한다. 부모나 유치원 또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이때 세심히 관찰하고 도와주면 아이의 EQ는 높아진다.
EQ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조절해 남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윤기 엄마처럼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아이를 대하면 아이가 정서적 갈등 없이 가치 판단을 하게 된다. 감성능력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이원영〈중앙대·유아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