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올 「장애극복상」수상 세무공무원 박진영씨

  • 입력 1997년 4월 18일 20시 15분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일회적인 행사에 그치지 말고 「나도 언젠가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계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제1회 루스벨트 국제장애인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제정한 「올해의 장애극복상」 수상자로 선정된 朴眞永(박진영·25)씨. 1급 중증 지체장애자인 박씨는 현재 서인천세무서 민원실에서 일한다. 세무상담과 증명서 발급업무를 맡고 있는 그는 사지중 오른손 검지 손가락만 뜻대로 움직일 수 있을 뿐이다. 항상 휠체어 신세에 한 손가락만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도 업무에선 결코 다른 동료에게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낙천적인 성격에 항상 웃는 낯으로 민원인들을 대해 인기가 높다.박씨는 고교시절 친구들과 함께 실내수영장에서 다이빙을 하다가 머리를 풀바닥에 부딪치는 바람에 목뼈가 부러졌다. 자신의 처지가 원망스러워 수없이 죽고도 싶었다. 그러나 몸을 꼼짝 못하는 아들이 욕창에 걸릴까봐 잠도 못자고 두시간마다 몸을 뒤집어주던 어머니가 큰 힘이 됐다.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을 때 사지가 마비돼 붓을 입에 물고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만난 것은 하늘이 내려준 행운이었다. 그때 다짐했다. 『그래 다시 해보는 거야』 휴학 1년만에 복학해 고교를 졸업한 뒤에는 당시 가장 먼저 장애인 입학을 허용한 세무대학에 들어가 세무공무원이 된 뒤 오늘에 이르렀다. 그는 공공시설에도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않아 휠체어를 타고 출입할 수 없어 애를 태운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는 『그럴수록 장애인들은 안으로만 움츠러들지 말고 바깥세상과 맞서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어 『사회에서 진정 장애인들의 자활을 원한다면 단순한 육체적 보살핌보다는 경제적 자립을 위해 직업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더욱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4년 그가 다니던 교회에서 만난 지금의 아내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랑 하나만으로」 결혼해 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고 있다. 박씨는 향학열도 대단해 결혼하던 해 방송통신대에 입학, 올해 졸업했다. 『여건이 허락하면 공부를 더해 모교 강단에 서는 게 꿈입니다』 그의 밝은 표정엔 장애인이 갖기 쉬운 그늘이 전혀 서리지 않았다. <김정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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