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탐구]양창순/혹시 내가 「결함애정」아닐까

  • 입력 1997년 4월 19일 08시 03분


사람들에게 왜 지금의 배우자를 선택했느냐는 질문을 하면 『나를 잘 돌봐 줄 것같아서』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래서 어느 정신의학자는 『젊은이들이 사랑을 위해서 결혼한다고 하는 것은 신화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안전을 바라는 욕구, 공허감을 채우고자 하는 욕구, 부모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 특권이나 실리를 바라는 욕구 때문일 때가 더 많다』고까지 말한다. 사랑 때문에 결혼한다고 하지만 그들이 뜻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의존욕구일 때가 더 많다는 것이다. 이런 결혼생활에서 자신의 의존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상대방의 사랑이 식었다며 울고불고 한다. 사랑한다면 관심사도 같아져야 하고 최소한 상대방이 자기에게 맞게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하니 실망하고 좌절하면서 자신의 결혼을 불행하다고 원망하는 것이다. 부부들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남편이 나를 사랑한다면 왜 집에 일찍 들어오지 않는 거예요? 왜 나랑 친정에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지요?』 『아내가 나를 사랑한다면 왜 내가 하는 일을 이해해주지 못합니까?』 이들은 문제상황에서 상대방에게 사랑을 증명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한다. 상대방이 사랑을 증명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중요하며 당신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렇게 원하므로 당신은 내게 그렇게 해주어야만 한다. 바로 그것이 사랑이다』 불행한 결혼이 많다는 것은 이처럼 「우리」보다는 「나」를 앞세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결혼한 동기가 이기적이므로 상대방의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거나 강요하는 것이다. 정신의학자 마슬로는 이러한 상태를 「결함애정」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과 소유욕, 배우자의 행복에 대한 무관심, 서로 주고 받는 애정에 대한 무심함 등이 그러한 애정을 보이는 사람들의 특징이라는 것. 사랑의 시작은 열정으로 할 수 있으나 그것이 자라나기 위해서는 감정훈련이 필요하다.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성장에 대한 관심과 배려이기 때문이다. 양창순〈서울 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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