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PC통신에선]성조기 패션

  • 입력 1997년 4월 21일 09시 19분


▼ 남의 국기를 가슴에…절대 안될일 거리의 여성들마다 보란듯이 가슴 위에 성조기를 펄럭이며 다닌다. 그러면서 개성의 표현이라 떠들어대고 국제화의 상징인듯 내세운다. 하지만 돼먹지 않은 허영심일 뿐이다. 나아가 문화식민지 시대를 자초하는 지독한 사대주의가 아닌가. 물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패션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렇다고 하필이면 왜 성조기인가. 성조기가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가. 가슴 위에 내걸고는 자랑하듯 거리를 활보하다니. 성조기는 패션이기 이전에 미국이라는 나라의 상징이다. 디자인이 좋으면 성조기라도 괜찮다는게 말이 되는가. 그럼 무늬만 예쁘면 기모노 패션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무신경이 쌓이고 쌓이면 무의식으로 자리잡는 법. 지금은 비록 가슴 위에 얹힌 성조기로 표현되는 정도겠다. 하지만 그대로 방치한다면 가슴마저 미제로 바뀔지도 모를 일. 그때 가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된다. 사대주의의 잠재적 표현형태인 성조기 패션을 거리에서 몰아내자. 넋빠진 「성조녀」들이 휘젓고 다니는 사태를 더는 방관하지 말자. 나아가 수요는 공급과 맞물려 돌아가게 마련. 유행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없이 옮겨오는 의류업체의 무신경도 문제다. (유니텔ID·하늘공원·jacqueli) ▼ 옷 한벌때문에 매국노 간주 옹졸 사대주의는 배척해야 하겠지만 극단적 국수주의도 경계해야 한다. 외국 국기가 디자인된 패션은 수없이 많다. 성조기 뿐만 아니다. 영국의 유니언잭과 일본의 히노마루도 있다. 캐나다의 단풍잎 디자인도 있고 우리의 태극무늬도 있다. 지금은 지구촌이 하나로 연결되는 정보화 시대 아닌가. 미국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가지는 것 자체가 편협한 발상이다. 가슴 위에 성조기가 나부끼건 태극기가 휘날리건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더구나 사대주의와 연결시키는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이다. 성조기와 우리의 의식을 일대일로 결부시킨다면 논리적으로도 우습다. 성조기가 그려진 옷을 입었다고 매국노로 간주하는 건 속좁은 판단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른 패션일 뿐이다. 성조기 패션을 입었다고 미국을 동경한다고 생각할 수야 있겠는가. 관점의 차이에 불과하다. 패션으로 가치관을 판단한다면 경솔하다. 예를 들어보자. 워크맨이나 햄버거는 일본과 미국을 상징하는 상품이다. 그렇다면 워크맨을 휴대하고 햄버거를 즐겨 먹어도 사대주의가 되는가. 성조기 패션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변형돼 인기있는 디자인의 하나가 된지 이미 오래다. 뱁새눈을 뜨고 볼 사안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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