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스로 국회의원이나 장관만 못하다고 생각한 적 없다. 의사 박경식이 국회의원만 못합니까. 장관만 못합니까』
21일 한보청문회 증인으로 나온 G남성클리닉 원장 朴慶植(박경식)씨는 여야 특위위원들간에 자신의 답변태도를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지자 갑자기 신상발언을 신청, 이렇게 말하며 흥분했다.
金賢哲(김현철)씨의 YTN사장 인사개입을 폭로하는 녹화테이프를 공개, 증인으로 채택된 박씨는 이날 증인신문이 시작되자마자 극(極)과 극을 달리는 「럭비공식(式) 답변태도」로 특위위원들, 특히 신한국당 의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박씨는 첫 신문자로 나선 자민련의 李相晩(이상만)의원이 언론에 보도된 자신의 각종 인터뷰 내용이나 의혹 등에 대해 사실확인 차원의 질의를 할 때만 해도 다른 증인들과 달리 정치인들의 이름을 거리낌없이 입에 올리고, 「주관적인 해석」까지 곁들이긴 했지만 적어도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는 순순히 답변에 응하는 태도였다.
특히 김현철씨의 대리인으로 알려진 ㈜심우대표 朴泰重(박태중)씨를 처음 만나던 장면을 얘기하면서 『93년3월 박씨가 운영하는 아사도건물 4층에서 만났는데 언론에서는 계속 3층이라고 보도하더라. 내 기억에는 분명히 4층이었다』고 언론보도를 정정하는 등 「비상한 기억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박씨는 첨단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슨 문제만 나오면 흥분, 『메디슨으로부터 의료기기를 구입하고 인테리어까지 맡겼는데 전부 엉터리였다』면서 답변 도중 느닷없이 『국민 앞에서 메디슨 의료기기들의 성능테스트를 해보자』고 공개 촉구하기도 했다.
박씨는 이의원의 신문 도중 신한국당의 金學元(김학원)의원이 의석에서 『묻는 말이나 대답해』라고 고함치자 다시 흥분, 『나는 국민을 대표해 증인으로 나왔어요. 이래도 되는 겁니까』라며 맞고함을 치기도 했다.
김의원이 박씨에게 金熙完(김희완) 전 국민회의 송파갑지구당위원장이 「김현철 테이프」 작성을 권유한 과정을 집중 신문하자 『그런 건 중요치 않다』고 일축, 김의원이 오히려 『중요하고 안하고는 내가 판단할 문제』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박씨는 또 김의원이 『「내가 입을 열면 한 달 이상 보도할 기사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기자들이)이미 한 달 이상 기사를 쓰고 있지 않으냐』며 여유만만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박씨는 그러나 김현철씨의 치료과정이라든지 개인신상에 관한 문제가 나오면 분명한 어조로 『증언을 거부합니다』고 했고, 여당 의원들이 『증인은 면책특권이 없다』 『국회모독죄에 걸릴 수 있다』며 「답변 태도」를 경고하자 신문 도중 불쑥불쑥 신상발언을 요청해 『나를 처벌하지 못한다. 국회법을 다 확인하고 왔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나왔는데 인격모독을 해도 되느냐』고 당당하게 반격했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