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포르투갈]겉은 초라해도 인정 훈훈

  • 입력 1997년 4월 22일 09시 14분


『아니 포르투갈 사람들도 따봉이라는 말을 씁니까』 얼마 전 리스본을 방문한 중소기업체 사장이 식당에서 포르투갈 종업원들이 따봉이라는 말을 쓰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따봉의 원조가 포르투갈입니다. 포르투갈어 「에스따 봉」을 줄여서 「따봉」이라고 하는데 주로 브라질에서 많이 사용되고 포르투갈 사람들도 바쁠 때면 그냥 「따봉」이라고 하지요』 포르투갈은 인구 1천만에 면적은 남한보다 약간 작다. 위도상 우리나라와 비슷한 위치에 있고 지형이나 산세도 비슷해 사계가 뚜렷하고 곳곳에 소나무 참나무 떡갈나무 등 우리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이 산재해 있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대체로 체구도 우리 나라 사람처럼 작은 편이며 성격은 양순하나 솔직하지 못한 것이 흠이다. 평소에는 참을성도 있고 질서를 잘 지키나 자동차의 핸들만 잡으면 급하고 난폭해져 인구비례상 교통사고율이 세계 1,2위를 기록하는 것도 우리 나라와 유사하다. 왕위계승자가 없어 16세기 중반 스페인에 합병당해 60년간 지배를 받았던 쓰라린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웃인 스페인 사람들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유사성이 있는 반면 포르투갈인들은 외양보다 실리를 추구하며 항상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와는 달리 인생을 편하고 여유롭게 즐긴다. 포르투갈의 명산물로 1P와 3F가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포르투(Porto)와인, 수차례의 성모발현으로 천주교 신자들의 필수 순례지가 된 파티마(Fatima)와 축구(Futebol) 그리고 포르투갈 전통음악 파두(Fado)를 일컫는다. 이루지 못한 사랑, 두고온 고향에 대한 구성지고 애조띤 노래가 대부분인 파두음악은 아리랑 도라지 등 우리 나라의 민요와 비슷하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포르투갈의 초라함에 실망했던 사람들도 이곳 사람들의 친절하고 훈훈한 인정과 화창한 날씨, 지척에 놓인 바다 그리고 파두음악을 들으며 포르투와인을 마시다 보면 어느새 포르투갈을 좋아하게 된다. 이기<리스본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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