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중은행의 「해외차입 불능상태」와 경상수지적자 누적에 따른 「외채위기」는 수출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원인에 따른 것이어서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외경쟁력의 약화로 수출이 부진하다보니 경상수지적자가 늘어나고 기업들은 매출부진으로 줄줄이 부도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마저 경영위기에 몰리고 결국 일부 시중은행은 국제시장에서 사실상 「파산선고」를 받기에 이른 것. 신용을 창출하는 은행이 스스로 신용을 얻지 못하면 더이상 은행이 아니기 때문.
올들어 3월말까지 중장기차입 실적이 있는 은행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일은행 등으로 총규모는 26억8천만달러. 6대 시중은행 중 한일은행을 제외한 5개 은행은 해외에서 돈을 빌려온 실적이 제로다. 더욱이 일부 시중은행의 부실화로 차입여건이 갈수록 악화돼 앞으로 해외차입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고백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요즘 해외에 나가면 외국금융기관 인사들로부터 「모그룹이 곧 부도가 난다는데 사실이냐」 「한국의 은행들이 굉장히 어렵죠」 등등의 소리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고 있다』며 『상당부분 과장된 얘기가 많아 해명은 하고 있지만 좀처럼 믿으려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시장이 재경원 관리의 말도 불신하고 있는 것.
지난해 국내기업 및 금융기관이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은 2백86억3백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38.3% 늘었다. 이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가 크게 늘어난데다 막대한 경상수지적자로 해외자금수요가 증가한 때문.
올해도 경상수지적자가 줄어들 가망성이 거의 보이지않아 해외차입의 필요성은 여전하다.
그러나 연초부터 시작된 재벌그룹의 잇따른 부도로 엄청난 부실여신을 안게 된 국내 은행들이 필요한 외화를 제때 빌려올 수 있을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약삭빠른 일본계 금융기관들은 최근들어 국내 종합금융회사들이 부도징후가 있는 기업들로부터 대출금을 서둘러 회수하듯이 국내은행에 빌려준 대출금 회수에 나선 바 있다.
〈임규진·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