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디지털카메라 디지털휴대전화 디지털화폐 디지털책…. 「디지털」기술이 어느새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하루하루 기술발전이 가속화하면서 산업구조, 업(업)의 개념, 전자제품의 개념을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현재 TV 수상기의 세계시장수요는 연간 1억대. 줄잡아 1천억달러 규모다. 디지털 기술이 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말 디지털TV의 기술표준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디지털 방송을 시작한다. 유럽과 일본도 곧 디지털 규격을 확정할 계획이며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디지털 방송을 개시한다. 이것은 기존의 아날로그형 TV가 한물간 고물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매년 1억대씩 디지털TV로 교체된다면…』 『아니 디지털 방송이 되면 예상못한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들거야』 가전업체들은 벌써부터 군침을 삼키고 있다.
「디지털TV시대의 개막」은 70, 80년대 컬러TV나 PC의 등장만큼 전자업계에 제품혁명의 빅뱅을 몰고올 것이 분명하다. 노다지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도 분명하다.
이 때문에 업체마다 제품개발경쟁에서 뒤지면 그동안 쌓아올린 명성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는 위기감으로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TV는 방송환경에 큰 변화를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장비와 중계시설이 전부 새것으로 교체된다. 채널수가 아날로그방식보다 4배 이상 늘어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방송국간의 시청자 확보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화장품이나 패션처럼 방송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에도 변화의 돌풍이 몰아친다. 디지털TV의 선명해진 화면이 탤런트의 화사한 옷차림이나 얼굴에 난 여드름까지 속속들이 비춰주면 얼렁뚱땅 넘어가기가 어렵다. 영화 음반 광고시장에도 급격한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차세대 영상기억장치로 각광받는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이것이 널리 보급되면 VCR 비디오테이프 같은 아날로그 장치들은 더 이상 설 땅이 없어진다.
화질을 결정하는 주사선이 VCR보다 두배나 많고 음질도 CD수준이어서 안방에서 영화관 같은 분위기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DVD 한 장에 1백30분 분량의 영상이 담겨 있어 웬만한 영화는 도중에 DVD를 갈아끼우지 않고도 볼 수 있다.
도시바 마쓰시타 등 일본업체들과 삼성 LG 등 국내업체들이 지난해말부터 DVD를 경쟁적으로 내놓아 주도권 싸움이 이미 시작됐다. TV용 DVD플레이어와 PC에 내장하는 DVD드라이브 두 종류가 실용화되고 있어 앞으로 어느 쪽이 더 많이 보급될지도 관심사다.
디지털카메라의 등장은 2백년 사진의 역사상 가장 큰 사건.
디지털카메라는 필름이 필요없고 현장에서 찍은 영상을 카메라 내부의 칩에 보관했다가 컴퓨터나 TV로 재생한다. 출장가서 찍은 사진을 그곳에서 현상하지 않고 통신망을 통해 곧바로 회사에 보낼 수 있다.
디지털휴대전화는 만성적인 통화불량을 해소시켰다. 같은 주파수로 아날로그보다 10배 이상 많은 가입자를 수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서비스에 성공, 그동안 선진국에 뒤처졌던 이동 통신분야의 기술격차를 일거에 만회했다. 이로 인해 휴대전화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주머니 속에 누구나 한 장쯤 들어있는 신용카드 전화카드 버스카드는 일종의 디지털화폐다. 현금이 없어도 이것으로 쇼핑하고 전화나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런가하면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을 CD롬 한 장에 담은 디지털책, 전화번호부 메모장 사전 계산기 등의 기능을 가진 전자수첩 등 손에 잡히는 디지털기술은 무수하게 많다.
50여년전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홀연히 나타난 0과 1의 2진법. 생활혁명을 몰고온 「디지털」문명, 이것이 21세기로 달려가는 인류의 공통언어가 되고 있는 것이다.
〈김학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