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62)

  • 입력 1997년 4월 23일 08시 35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15〉 무수히 쏟아지는 나의 공격에 몸을 내맡긴 채 비명을 질러대던 처녀는 급기야 밀려드는 격정을 이기지 못하겠다는 듯 와락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그 울음소리마저도 나에게는 하늘 아득히 울려퍼지는 새의 울음소리처럼 느껴졌습니다. 이국의 처녀가 울고 있네, 내 품에 안겨 파닥이면서 낯선 바다 위 하늘 아득히 꺼어억 꺽, 높게 울려퍼지는 새의 울음소리로. 꽃향기 가득한 예쁜 몸뚱어리를 하얗게 내맡긴 이국 처녀는 슬프디 슬프게 울고 있건만, 왜일까? 왜일까? 나는 그 연약한 몸뚱어리에 끝없는 학대를 가하고 있네. 그렇게 흐느끼고 있던 처녀는 한 순간 울음을 억누르더니 내 귓전에다 대고 빠르게 속삭였습니다. 『알고 계세요?… 당신을 처음 뵈었을 때… 화원에서 당신과 우연히 마주쳤을 때… 아흐! 저는 알라께 기도했답니다… 아흐! 저의 순결을 당신께… 오! 오흐! 당신께 바치게 하여 달라고… 오! 오흐! 고마워라!… 아흐! 당신이 제 위에 올라타고 계시다니』 이렇게 속삭이고 난 처녀는 격정적인 동작으로 나의 목에 두 팔을 감았습니다. 이 말을 듣자 나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촉촉이 젖어 있는 그녀의 입술에 뜨거운 입맞춤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더욱 당당하고 더욱 힘찬 동작으로 그녀의 아랫도리를 공략하였습니다. 바다를 향하여 창문이 나 있는 우리의 침실에는 따라서 우리의 사타구니가 서로 부딪치면서 내는 소리가 고조되어가고 있었고 우리 두 사람을 태운 침상은 달빛 가득한 허공에 떠오르는 것만 같이 나에게는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나는 짧은 신음 소리와 함께 처녀의 가슴 위로 풀썩 코를 박고 쓰러지고 말았고 그러한 나를 처녀는 두 팔과 두 다리로 필사적으로 껴안아 주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나는 마침내 이국에서 만난 그 사랑스런 처녀의 사타구니사이 그 깊고 은밀한 곳에 내 방랑의 닻을 내렸던 것입니다. 바그다드에 대한 그리움 따위는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채 말입니다. 그 뜨거운 첫 정사가 끝난 뒤 나는 한동안 천장을 향하여 반듯이 누워 숨길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내 곁에는 허벅다리와 아랫배를 피로 물들인 처녀가 웅크리고 누워 그때까지도 홀짝홀짝 울고 있었습니다. 천장에는 바다에 반사된 달그림자가 일렁이고 있었고 파도소리는 우리들의 귓전에서 낮게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날밤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지칠줄 모르는 나는 무수히 그녀를 공략하였던 것입니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우리는 서로 팔베개를 하고 꼭 껴안은 채 더없이 달콤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잠결에도 나의 코끝에는 그녀에게서 나는 그 이국의 꽃향기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꿈속에서도 수많은 새들이 일렁이고 있는 환상을 보았습니다. <글:하일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