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오랫동안 변호사 생활을 하다 온 사람이다. 서울에서 몇 달 지내고 있는데 시내에서 장애인들을 만나보기가 힘들어 이상하다. 단지 역전이나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장애인들을 볼 뿐이다. 통계를 보면 외국보다 장애인들이 결코 적지는 않은 한국에서 장애인들을 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한 장애인이 자살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의 탁월한 실력은 누구도 부인 못하지만 그의 유서와 같이 장애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직장을 못 구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상이라니 한심하다.
팔순이 다되신 필자의 장인은 농아이시다. 평생 한국에서 인간 취급을 못 받다가 딸 덕에 미국으로 이민, 정부로부터 매달 넉넉한 생활비를 보조 받으며 정부가 지은 시설좋은 장애인 아파트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위의 한인 농아교포들도 우편집배원 치과기공 재단사 등으로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들은 모두 운전면허를 가지고 함께 차타고 놀러다니기도 한다.
선진국들은 장애인들을 위한 법이나 사회제도를 만들어 이들이 불편없이 살게 해준다. 장애인들도 우리의 친구이자 자식들이다. 내 부모나 자식이 장애인이라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족에 장애인이 없는 것을 감사하는 동시에 장애인 가족을 가진 이웃에게 위로를 표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엄기웅(서울 중구 남대문로1가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