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허현경/장기하사관 外遊 경기침체로 취소 부당

  • 입력 1997년 4월 23일 08시 35분


아버지는 35년간 군에 몸담고 있는 직업군인이다. 장군이나 장교가 아니라 월급이 넉넉지 않아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지만 결코 좌절하거나 후회하는 일 없이 군인임을 자랑으로 여기고 외길을 고집해 오셨다. 정직하고 성실한 생활로 젊음과 열정을 오로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이다. 그런 아버지와 동기생들에게 최근 부부동반 해외여행 기회가 주어졌다고 즐거워 하셨다. 오랜 군생활에 대한 국가의 보상이라고 이웃과 친지들에게 자랑을 하셨다. 설레는 마음에 며칠 동안 잠을 설쳐가며 국가에서 베푸는 보상의 기회를 그저 고맙게만 여기셨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계획이 돌연 취소돼 버렸다고 한다. 국가의 어려운 경제사정과 혼란한 사회여건 등을 이유로 공무원들의 해외여행을 자제한다는 취지에서란다. 물론 경제가 어렵다. 과소비도 문제고 무분별한 해외여행도 심각한 수준이다. 하지만 정치인이나 고급공무원들은 연수니 세미나니 하여 자주 해외로 나가면서 평생을 군에 바친 하사관의 생전 첫 해외여행 기회는 그렇게 무참히 박탈해도 되는 것일까. 35년을 한 길을 걷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자주 옮겨다녀야 하는 직업군인의 길은 더욱 험난하다. 국가는 소시민에게 주어진 기회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주고 공 있는 사람에게는 상을 아끼지 않는 게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허현경(서울 광진구 화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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