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반군 게릴라들에 의해 페루주재 일본대사관저에 인질로 잡혀있던 71명이 페루당국의 전격작전으로 마침내 구출되었다. 넉달 넘게 계속된 긴박한 상황에서도 페루정부가 보여준 인내와 단호함은 평가할 만하다. 페루 영토지만 치외법권이 적용되는 외국공관에서 여러나라 명사가 볼모로 잡혀있는 테러사건을 외교상 큰 마찰없이 구출작전으로 해결했다는 점에서도 페루정부는 소중한 선례를 남겼다.
작전과정에서 72명의 인질 가운데 페루대법관 1명과 특공대원 2명이 희생된 것은 안타깝지만 인질범은 14명 전원이 사살되었다. 테러범들은 외국인사 수백명이 참석한 대사관저 리셉션장을 무력으로 점거,「동료들을 석방시키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오다 결국 일망타진된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테러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명분이야 어떻든 자기의 의견을 폭력적 수단으로 관철하려는 것은 문명파괴행위다. 더욱이 인명을 볼모로 삼는 일은 반(反)인륜적 범죄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이런 테러가 성공하거나 지구 곳곳을 누비도록 놔둔다면 국제질서는 기대할 수 없다. 같은 대사관저에 인질로 잡혀있던 李元永(이원영)한국대사가 곧 풀려났음에도 우리가 이 사건을 계속 주시해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페루 인질사건에서 보았듯이 인류공동의 적(敵)인 테러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국가간의 공조가 절실하다. 테러는 갈수록 국경을 넘나들며 자행되고 있다. 유엔이 테러방지 협약을 맺어 국가간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테러국가 리스트에 올라있는 평양정권을 북쪽에 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피부에 와닿는 문제다. 국제화하면 할수록 우리도 테러에 더욱 노출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