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당국이 공식적으로 「없다」고 했던 「黃長燁(황장엽)리스트」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나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황장엽씨가 지적한대로 남한내 국가기관이나 군대 경찰에 적대분자가 침투해 있다면 국가안보를 위해 철저하고 신속하게 조사 색출해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이 검증되지 않은 심증이나 추측차원이라면 섣불리 거론하거나 의혹을 부풀리는 일은 삼가야 한다.
실체도 확인되지 않은 「리스트」를 두고 정치적 이용이니 역이용이니 하고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사실은 난센스일 수 있다. 있다면 당연히 색출해야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원론만으로도 폭발성을 띠는 것이 황리스트라는 점을 정부당국이 안다면 「수상한 연기」를 피우는 것이 정치적 이용에 유혹을 느낀 증거라는 일부 주장을 그르다고 탓할 수도 없다. 황리스트는 자칫 우리 사회를 대혼란에 빠뜨릴 화약고와 같은 위험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황리스트는 아직 황장엽씨의 머리속에 들어 있다고 보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맞는 판단인 듯하다. 그동안 황씨조사에서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도 아니고 사실로 확정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정부당국은 황씨를 대상으로 이 문제부터 조사하고 조사된 사실을 철저하게 검증한 뒤 가감없이 공개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모호하게 시간을 끌면서 비공식 루트로 정보를 흘리는 식이 돼서는 정치적 이용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황씨의 정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시각이 아닌 국가안보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아도 황씨 입국이 한보사태와 현철정국에 국면전환용으로 이용될지 모른다는 의혹의 시선이 많다. 그런 터에 정부당국이 황씨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오해를 털끝만큼이라도 불러일으킬 언행을 보인다면 국가안보에 조금도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