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하철 이번엔 불소동

  • 입력 1997년 4월 23일 20시 18분


지하철에서 또 사고가 났다. 이번엔 불소동이었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 배수펌프장 배전반에서 누전으로 불이 나 역구내에 전기공급이 끊기면서 지하철을 기다리던 승객과 환승로를 이용해 출근하던 시민 등 2천여명이 어둠속에서 30여분동안 출구를 찾아 탈출하느라 우왕좌왕했다. 또한 화재와 함께 역구내에 매캐한 냄새와 시커먼 연기가 가득차 대피하는 승객들이 공포에 떨었다. 사흘이 멀다하고 고장이 나는 지하철이지만 이렇게 안전관리가 허술하다면 언제 어떤 대형참사가 날지 가슴 죄지 않을 수 없다. 배전반의 누전도 문제지만 사고발생때 시민들의 긴급구조를 위한 구난체계도 허술하기 짝이 없음이 드러났다. 밀폐된 공간이나 다름없는 지하철 화재사고는 연기에 의한 질식사 말고도 수많은 승객들이 뒤엉켜 압사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대단히 높다. 그런데도 이날 승객들을 위한 구난활동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고가 나자 시청역측은 지하철공사 사령실에 이 역을 지나는 양방향 전동차 6편의 무정차 통과를 요구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것도 사고발생 14분 뒤였다. 서울시 역시 사고가 났다는 보고만 받았을 뿐 긴급대피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구난활동 등의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전철과 지하철에서는 모두 1백24건의 고장사고가 났다. 이때문에 툭하면 전동차가 멈춰서 승객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거기에다 잦은 연발착으로 시민들을 짜증스럽게 했다. 고장의 원인도 갖가지였지만 대부분은 차량과 신호보안장치 고장, 선로장애 등 평소 허술한 안전점검 탓이었다. 지하철은 안전 신속 정확이 생명이다. 또 다시 이런 허술한 안전관리와 구난체계의 허점들을 드러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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