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봄기운은 모슬포의 식당에서도 느낄 수 있다.
「자리물회」라는 글씨가 나붙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자리는 모슬포에서 90%가 잡히는 작고 까무잡잡한 도미류의 물고기. 물회(냉국의 일종)에 말아 회로 먹기도 하고 소금 뿌려 굽거나 조리기도 한다.
모슬포 부두에서 17년째 「해녀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 박정희씨(50·여). 자리물회를 치는 솜씨가 달인의 경지에 올라 서울에서도 소문을 듣고 찾는 이가 적지 않다. 70명 안팎이 앉을만한 평범한 식당. 그러나 쉼없이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장터를 방불케 한다.
자리물회 백반을 시켰다. 1인분에 5천원짜리다. 생 자리를 잘게 썰어 초를 치고 깨 마늘 등으로 양념한 다음 물을 부어 말아 먹는다. 비릴듯도 한데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고소하고 감칠맛이 돌았다. 오이 풋고추 미나리 부추 등의 푸성귀를 넣어 함께 먹어도 좋다. 억세지 않은 가시를 씹는 맛도 일품이다.
『깊은 바다에 사는 물고기라 모든 면에서 깨끗하다』는게 박씨의 말. 백반이 기본이고 서너명이 먹을 수 있는 자리회무침(1만원) 자리구이(8천원) 안주용 자리물회(8천원)도 낸다. 성수기인 5, 6월에는 하루 전에 예약하는 게 좋다. 064―94―3597
〈모슬포〓신현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