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조인형/절박한 北…동포애로 돕자

  • 입력 1997년 4월 24일 08시 51분


북한 동포들이 식량난으로 굶어죽어가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가슴아프지 않은 국민은 없을 것이다. 남북의 분단은 우리가 원해서 이뤄진게 아니다. 냉전의 산물에 불과하다. 지금이라도 타율적인 분단으로 단절된 동포의식을 되찾아야 마땅하다. 이 땅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해 온 한민족으로서 남과 북은 밉든 곱든 앞으로도 함께 살아갈 숙명적인 민족공동체다. 그럼에도 아직껏 냉전과 이념갈등의 구도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니 실로 가슴아픈 일이다. 물론 해방 이후 반세기를 넘기면서 남북한 사이의 적대관계가 심화되고 미움과 불신의 벽이 높아진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남북 모두 이성과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이에는 이로, 눈에는 눈으로」라는 고대의 복수법으로는 남북의 심각한 적대관계를 해결하기 어렵다. 통치이념은 국가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민족은 영원하다는 점을 특별히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반세기가 넘도록 이념과 체제가 다른 속에서 살다보니 사고와 생활방식이 달라져 외국인 못지않게 이질감이 깊어졌다. 이는 더이상 우리 민족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아니다. 한 형제 한 겨레라는 민족공동체 의식을 잠시도 망각하지 말자. 우리는 정치체제의 제물이 되고 있는 북한 동포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통을 분담하는 동포애를 발휘해야 마땅하다. 국제기구까지 나서서 북한에 식량을 원조하고 있다. 하물며 동족인 우리가 절박한 참상을 외면한다면 형제의식 동포의식의 실종으로 이어질 뿐이다. 물론 북한 동포들에게 식량을 보내주고 싶지만 북한이 이를 군량미로 전용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 하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게 사실이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북한이 악용하지 못하도록 국제기구 등을 통해 적절한 방안을 강구해야 하겠다. 설령 북한 집권자들이 군량미로 전용하는 편법을 쓸지라도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강한 저항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순리와 상식을 벗어난 통치자들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민생을 외면하고 권력유지에 눈이 어두워 억압과 편법을 자행하는위정자가국민의무서운 심판을 면했던 역사는 없었다. 북한 동포들이 더이상 굶어죽기 전에 우리의 정성을 모아 보내는 것이 형제의식을 가진 동포로서의 도리다. 또 이런 사랑이야말로 굳게 닫힌 북녘동포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용기의 기폭제가 되고 민족통일을 앞당기는 한줌의 밀알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조인형<강원대교수·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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