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포츠/경주 남산]石佛의 미소…신라의 능선…

  • 입력 1997년 4월 24일 08시 51분


경주의 남산(해발 495m)은 단순한 산이 아니다. 그 자체가 역사적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할 만큼 문화유적이 많기 때문이다. 신라인들은 부처님이 56억7천만년 뒤에 나타나실 것이라는 「용화세상」의 약속을 믿고 남산에 수많은 탑들을 세웠다. 돌마다 부처를 새기고 터마다 탑을 세워 발원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런 남산을 가리켜 시인 정일근은 「신라인들의 마음을 담고 흘러가는 한 척의 배」라고 읊었다. 남산은 신라 천년사직의 서막과 종막을 함께 장식했다. 남산 서남쪽 탑동의 나정에는 시조 박혁거세가 탯줄을 묻었다는 탄강신화가 깃들여 있다. 서쪽 배동에는 신라의 종말을 예고한 포석정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신라 최초의 궁궐인 창림사터와 서라벌을 지키던 남산성도 여기에 있다. 산을 높이로 따지는 이들에게 남산은 그 의미를 상실한다. 그러나 역사의 무게로 남산을 바라보면 신라 천년사직의 묵직한 중량감이 느껴질 것이다. 경주 시내에서 살펴 보자. 남산은 경주의 남쪽을 장식한다. 두개의 산이 등성을 이루며 병풍처럼 두른 형국이 범상치 않다. 그 하나는 금오산(해발 471m)이고 금오산 남쪽에 솟은 산이 고위산(해발 495m)이다. 이 두개의 산에서 뻗어내린 수많은 산줄기와 40여개 계곡이 남북 8㎞, 동서 12㎞에 걸친 남산을 이룬다. 남산의 등산로는 70여개. 그 길의 정점이 금오산과 고위산 임은 물론이다. 40여개 어느 계곡에서 올라도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남산 산행의 묘미는 등정보다는 어느 코스로 가도 신라의 천년신비가 느껴지는 석불과 탑을 만나 볼 수 있다는데 있다. 설령 길을 잘못 들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큼 등산로는 잘 정비돼 있다. 웬만한 코스는 하루에 끝낼 수 있다. ▼코스〓①삼릉―상선암―금오산―마애여래좌상―용장마을 코스가 가장 일반적. 2시간반 소요된다. 경애왕릉과 마애석가삼존불, 석조여래좌상 마애여래좌상 등의 보물급 석불을 만날 수 있어 좋다. 가장 사랑받는 코스로 사계절 내내 인적이 끊이지 않는다. ②통일전―전망대―장창지―일성왕릉―나정 코스는 2시간50분 걸린다. 산행후 국립경주박물관을 찾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민병준 「사람과 산」편집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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