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사랑할 시간이 남아있을까요』
해방전후, 그 혼돈의 시기를 모질게 헤쳐왔던 여자 김수임이 우리에게 묻고 있다.
「여간첩」「한국의 마타하리」로 더 잘알려진 김수임(1912∼1950)이 윤석화씨의 연기로 다시 태어난다. 29일∼6월8일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되는 「나, 김수임」은 이념이나 사상과 상관없이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건 인물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감동적이다.
김수임은 의붓아버지에게 겁탈당하고 이웃집 머슴에게 팔려가는 기막힌 어린날을 보냈지만 선교사의 도움으로 이화전문을 졸업, 「사교계의 여왕」자리에 올랐다. 대학시절 만난 사회주의자 이강국(한명구 분)과 사랑에 빠진 그는 해방후 동거하던 미군대령을 이용해 이강국을 월북시키는 「간첩 행위」끝에 붙잡혀 사형당했다.
「덕혜옹주」「세종 32년」 등을 통해 역사적 인물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작가 정복근씨는 『역사의 거센 파도가 개인의 운명과 행복에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파고들 작정』이라고 말했다.
동숭아트센터 제작. 화목 오후 7시반, 수금토 오후4시 7시반, 일 공휴일 오후3시. 02―3673―4466
○…시 「입속의 검은 잎」으로 유명한 요절시인 기형도씨의 작품 「위험한 가계」가 무대에 오른다. 무대는 빈집이다. 가난한 불빛 아래서 오래오래 숙제를 하던 어린 「나」와 아직 해야할 숙제가 남아있는 청년 「나」가 있다.
한솥밥을 먹으면서도 가족들은 「찬밥처럼 방에 담겨 혼자 훌쩍거리고」 있다. 어찌할수 없는 배고픔, 닫혀진 빈 방같은 상처를 통해 「따뜻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케 한다. 김학선 극본 김종연 연출로 연우무대 20주년 특별기획 작품. 서울 혜화동 연우소극장에서 27일까지 오후4시반 7시반 공연된다. 02―744―7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