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63)

  • 입력 1997년 4월 24일 08시 51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16〉 이튿날 아침, 눈부신 햇살이 창문 가득히 밀려들 때서야 나는 눈을 떴습니다. 눈을 떠보니 나의 신부는 내 곁에 단정한 자세로 무릎을 꿇고 앉아 내가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눈을 뜨자 그녀는 나를 향하여 쌩긋 미소지었습니다. 그녀는 언제 일어났는지 그 사이에 말끔히 세수를 끝낸 뒤였습니다. 따라서 그녀는 그러한 물방울처럼 청초했습니다. 나는 두 팔을 벌려 기지개를 켰고 그녀는 나의 모습이 귀엽고 재미있기라도 한듯 다시 한번 쌩긋 미소지었습니다. 꿈같은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밤이면 밤마다 우리는 젊음의 쾌락을 만끽하고 날이 새면 이슬에 젖은 들판을 나란히 산책하곤 했습니다. 우리 두 사람은 흡사 한쌍의 새처럼 금실이 좋았으니 주변 사람들은 그런 우리를 보고 흐뭇해했습니다. 정말이지 그때까지만 해도 그 바닷가 왕국에서의 나의 행복은 영원하리라고 나는 믿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이웃에 사는 남자가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한, 아주 묘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걸 보고 내가 물었습니다. 『아니, 여보시오. 당신은 지금 울고 있는 거요, 웃고 있는 거요?』 내가 이렇게 묻자 이웃집 사내는 말했습니다. 『내가 울고 있는 건지 웃고 있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소』 『당신 자신이 모르다니요. 그런 말이 대체 어디 있소?』 그러자 그 이웃집 사내는 예의 그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나는 어쩌면 울고 있는 건지 모르겠소. 왜냐하면 오늘 내 처형이 죽었으니까요. 그러나 나는 지금 웃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소. 왜냐하면 오늘 내 처형이 죽었으니까요』 그가 이렇게 말하자 나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처형이라면 부인의 언니인데 부인의 언니가 죽었다고 그렇게 우는 것도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웃을 건 또 뭐요?』 그러자 이웃집 사내는 말했습니다. 『당신은 참 답답하군요. 처형이 죽었다고 하면 아실 거 아니오. 그러니까 나는 이제 십 년 동안이나 함께 살아왔던 내 마누라와 헤어지게 생겼으니 우는 것이고 그 대신 아내보다 훨씬 젊은 처제와 함께 살게 되었으니 웃는 것이란 말이오』 나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다그쳐 물었습니다. 『부인과 헤어지게 생겼다니 그건 무슨 말이며 처제와 함께 살게 되었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오?』 내가 이렇게 다그쳐 묻자 사내는 설명했습니다. 『아무래도 당신은 외국인이라서 잘 모르고 있는 모양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언니가 죽으면 여동생은 형부와 함께 살아야 한단 말이오. 그리고 그 여동생의 바로 밑의 여동생은 그 바로 위의 형부와 함께 살아야 한단 말이오. 그러니까 내 아내는 이제 죽은 처형의 남편과 함께 살게 되고 그 대신 처제는 나의 것이 되는 거지요. 내 아내는 세 딸 중 두번째거든요. 그래서 옛말에도 「둘째 딸의 남편은 처형이 죽은 날 한쪽 눈으로는 울고 한쪽 눈으로는 웃는다」고 하지 않소』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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