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黃망명」 커지는 안팎 의혹

  • 입력 1997년 4월 24일 20시 27분


黃長燁(황장엽)씨의 「북한핵 보유발언」에 대해 미국정부와 언론들이 한국정보기관의 사주에 의한 발언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3일자 워싱턴포스트지는 그가 지난해 썼다는 논문 「조선문제」가운데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 등에 대해 『일부는 심지어 황씨의 귀순을 북한이 꾸며낸 사기극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북한 핵무기의 수와 파괴력, 미사일 사정거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 전문가들은 수기내용을 의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워싱턴 포스트지는 서울주재 한 미국인의 말을 인용, 『남한에 공포를 확산시켜 북한이 달라는대로 다 주도록 하라』는 식의 음모설도 제기했다.

비단 언론만이 아니다. 미 국방부의 커트 캠벨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는 23일 조찬 기자간담회에서 그가 언급한 내용들은 『한국정부의 입장과 거의 정확히 똑같다』고 말했다. 황씨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함축하는 발언이다.

캠벨은 『황씨는 북한 정권의 사상가인 만큼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은 아마도 풍문에 바탕을 뒀을 것』이라며 북한 핵보유에 대한 그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나 신문의 반응을 떠나 황씨 관련 보도내용만 봐도 허술한 대목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국 도착성명에서 『북조선 당국이 남조선 혁명노선을 버리고(…) 개혁 개방의 길로 나서줄 것을 진실로』 호소한 그는 「조선문제」에서는 『북측을 개혁 개방으로 유도하면 경제가 급속히 회복돼 오히려 우환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봉쇄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느 쪽이 그의 진실인가. 북의 핵심적 이론가라는 그가 최소한의 논리적 일관성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망명성사를 위해 한국 정보기관의 요구대로 응해준 것일까. 그도 저도 아니면 정말 망명을 결행한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조선문제」가 던진 혼란들이다. 황씨와 한국정부의 명쾌한 해명이 필요하다.

홍은택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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