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준비없는 위성과외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가 오는 8월부터 위성 과외방송을 실시한다는 소식은 아주 반갑게 들린다. 집집마다 가계에 큰 부담을 주는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준비기간은 불과 4개월 정도여서 방송주체가 될 교육방송(EBS)이 기본적인 방송시스템을 구축하기에도 시간적 여유가 없다. 자칫 학부모나 학생들의 기대만 잔뜩 부풀린 채 방송개시가 연기되거나 내용과 효과가 부실한 방송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사교육비 문제는 교육의 차원을 넘어 이제 우리 사회의 심각한 경제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제시된 갖가지 아이디어 가운데 위성과외는 일반과외를 대신하면서도 비용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혀 왔다. 그러나 방송전문가들은 EBS의 기존 시설로는 위성 과외방송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위성방송에는 그에 적합한 송출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EBS가 위성과외를 시작하려면 몇달 안에 위성방송국 하나를 새로 만들어내야 한다. 이미 위성방송을 하고 있는 KBS의 경우 2년여의 준비기간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 다른 과외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국내 최고 수준의 강사를 초빙하고 방송에 맞는 강의내용을 개발하는 등 프로그램을 내실화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방송이 제때 이뤄진다 해도 수험생이 위성방송을 시청하려면 각 가정에 안테나와 셋업박스 등 수신장치를 갖춰야 한다. 일본이나 홍콩 위성TV의 수신장치로는 전파가 잡히지 않는다. 구입비용은 70만∼80만원이나 돼 중산층에서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별도의 수신장치 없이도 KBS위성방송처럼 케이블TV의 채널을 이용해서 내보내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케이블TV는 현재 대도시에만 방송되고 있으며 실제 유료가입자가 50만가구 밖에 안된다. 케이블TV를 보지 않는 가정이나 아예 케이블이 깔려 있지 않은 중소도시 또는 농어촌지역에서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정작 저비용과외가 필요한 계층이 방송을 청취할 수 없게 된다면 모순이다.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도 위성과외를 서두르는 것은 과외문제 해결이 그만큼 시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도에 파생되는 문제점은 추후 보완하더라도 우선 급한 불을 꺼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졸속으로 일을 추진하다 오히려 역작용만을 초래하고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왔다. 교육분야가 특히 심했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완벽한 준비를 통해 수준높은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그 혜택이 수험생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망국병인 과외 근절을 위해 바람직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