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 한보청문회에서의 金賢哲(김현철)씨는 「예의 바른」 청년처럼 보였다. 낮게 깐 목소리, 고분고분한 말투, 다소곳한 태도, 의원들에 대한 깍듯한 존칭 등 별로 눈에 거슬리는 점이 없었다.
『너무나 처신을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반성하고 용서를 빌 뿐입니다』거나 『광화문 네거리에서 종아리를 걷고 회초리를 맞을 각오가 돼있습니다』는 그의 「사죄의 변」도 그동안 음지에서 정국을 농단하던 「소통령」 「황태자」의 이미지를 누그러뜨리기에 충분했다.
급기야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은 그를 향해 완고하게 닫혔던 국민들의 마음을 일순간 뒤흔들어 놓는 듯도 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쓴 언론사를 상대로 사사건건 법적 대응을 불사하고, 장애인 국회의원을 「절룩 절룩거리는 ×」이라고 비하하고, 「야당의 선동 공작정치」와 「수구언론과 결탁한 특정음모세력」을 소리 높여 규탄하던 안하무인격의 기세를 이날만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발언 내용은 「고개숙인」 태도와는 정반대였다. 자신을 둘러싼 숱한 의혹에 대해 철저히 부인으로 일관했다. 일부 시인한 국정개입 부분도 「아버님께 대한 건의」나 「여론 전달」이라고 강변했다.
그런데도 그는 말끝마다 「죄송합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기도하고 있습니다」고 했다. 도대체 뭘 잘못했다는 것인지, 왜 청문회에 불려나와야 했는지 그의 답변만으로는 도무지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오후가 지나고 밤이 되면서부터 그의 태도도 오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말씀이 과하십니다』거나 『말씀을 삼가 주십시오』 하며 야당의원들과 「눈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그의 발언만으로 본다면 청문회에 불러내 명예를 훼손한 국회와 국민이 오히려 머리 숙여 그에게 사죄해야 할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말뿐인 반성」으로 치장된 그의 「겸손함」은 잘 준비된 「연출」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윤영찬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