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학]정자수 감소 사실인가

  • 입력 1997년 4월 27일 08시 46분


3년전 어떤 환경관련학술지에 충격적인 논문이 실렸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호수에서 살고 있는 엘리게이터(악어의 일종)들의 음경이 모두 작아졌다는 것이었다. 원인은 호수부근에 대량 살포된 DDT의 대사산물이 여성호르몬과 같은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환경오염으로 음경이 커졌다면 모르되 작아졌다는 사실은 매스컴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2년전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 정자은행은 지난 30년간 정자제공자의 정자가 매년 감소하는 추세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 원인은 환경오염일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50년간 인간의 정자가 반으로 줄어들었다는 1992년의 한 연구논문을 다시 떠 올리게 하면서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정말 남성의 생식력이 환경오염으로 이렇듯 감소되었을까. 그러면 인류의 장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앞서의 주장들은 상당 부분 사실을 오도하고 있다. 환경오염물질중에는 여성호르몬과 비슷한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여성호르몬과 같은 효과를 인체에 실제로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많다. 통계학적 측면에서도 정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조사에는 많은 오류가 발견되었다. 통계기법 대상선정 정자수 검사방법 등에서 비판의 여지가 많았다. 지리적 위치에 따른 정자수의 차이가 고려되지 않고 내린 결론에 대해 학자들은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서의 주장들은 무시해도 될 것인가. 필자는 구미사회의 이같은 법석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자수가 줄어들건 아니건간에 이 문제는 일반인들과 학자들에게 환경이 인간의 생존을 근본부터 말살시킬 수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인간의 정자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확실한 근거는 현재로선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를 계기로 정자수의 감소에 경각심을 갖고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것이다. 우리가 정자수 감소에 경각심을 갖는 것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경외감이 시험관에서의 조작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는 부모의 육체적 결합을 통한 생명창조에 근거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 때문이다. 02―760―2422 백재승 (서울대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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