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昌鎬(이창호)는 재수도 좋다. 매번 흑을 잡으니…』
지난해말 이창호9단이 국수전과 최고위전을 아슬아슬하게 방어하자 기계에선 이런 말이 유행했다. 이9단은 당시 초반 2연패를 당해 위기에 몰렸으나 3연승을 거두며 신승했다. 특히 2승2패가 된 뒤 결승전에서 이9단은 매번 흑을 잡았다. 작전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선착(先着)이 그에게 돌아갔고 그는 집흑으로 타이틀을 방어했다.
바둑계는 『이9단이 결승전에서 백을 잡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실력이 「종이 한장 차이」에 불과한 프로의 세계에서 선착이란 그만큼 중요한 승부의 요소가 된다는 이야기다.
최근 한국기원 기사 임시총회가 「덤 6집반 도입」을 만장일치로 결의하면서 「선착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불붙고 있다. SBS연승바둑은 즉각 이를 받아들여 이달 1일부터 5집반이던 덤을 6집반으로 늘렸다. 지금까지 『5집반 보다는 6집반이 타당한 것 같다』는 게 기사들의 대체적인 의견. 이를 입증하듯 6집반의 덤을 처음 적용했던 SBS연승전의 결과는 흑백이 거의 대등한 승률을 보이고 있다. 97개 대국중 흑승이 53.6%, 백승이 46.4%로 그래도 흑이 약간 우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보다 1집 많아진 덤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 특히 6단이상 고단진이 둔 26차례 대국에서는 흑이 57.8%나 승리를 해 덤6집반이 오히려 적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덤6집반 제도는 국제기전인 진로배에 향후 적용될 예정이다. 또 최고위전이 이를 금년부터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확산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덤 부담이 속기일수록 커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덤을 6집반 또는 7집반으로 무작정 확대하는 문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SBS연승전은 제한시간이 각자 10분에 불과해 선착한 흑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 덤이 단판승부를 가르기 위해 도입한 것인만큼 제한시간이 몇시간에 달하는 5번기 또는 7번기 타이틀전에 6집반 덤을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기원 鄭東植(정동식)사무국장은 『장기는 비기는 것, 바둑은 먼저 두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며 『이는 바둑에서 선착의 효가 얼마나 큰 지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바둑이론이 발전할수록 선착의 이점도 커지게 마련』이라며 『덤제도는 앞으로 7집반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