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찾아 떠난다는 30대 이민. 실제로 이민가서 살고 있는 30대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95년 캐나다 토론토로 새로운 대안을 찾아 「얼터너티브 이민」을 떠난 김모씨(37)는 『이민오기 잘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한때 그는 누구나 부러워하던 대기업의 과장. 대량실업의 위기를 넘기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한 생활에 지쳐 뭔가 새로운 생활을 고민하던중 3년간 경험했던 외국연수를 떠올렸다. 아내와 아이들도 좋아라 찬성했다.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동안 누렸던 기득권을 버리는 것도 은근히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대만족. 펜대 놀리는 직업은 아니지만 골프용품 장사로 버는 수입도 괜찮고 무엇보다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 『사람답게 사는게 무엇인지 알겠다』고 했다.
반면 이국생활을 견디다 못해 귀국을 신중히 고려하는 이도 있고 짧은 이민생활을 청산하고 일찌감치 「컴백」한 사람도 적지 않다.
94년 뉴질랜드로 새 삶을 찾아 떠났던 정모씨(37). 아등바등 사는 생활에 너무 지쳐 「어떻게 되겠거니」하고 이민을 떠났지만 취업은 커녕 문화충격만 엄청나게 받고 있다. 자녀들마저 학교에서 따돌림받아 더욱 속이 탄다는 것이 부인 윤모씨(32)의 말. 이렇게 현지적응을 못하는 가정에서는 폭력과 이혼사태도 적지않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결국 한국에서 가졌던 자존심과 기대치, 약간의 허영을 버리지 않은채 「삶의 질」만 누리기란 어렵다는 얘기. 20년째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베일리시티에 살고 있는 한규종씨(46)는 『한국에서건 남의 땅에서건 성공하고 실패하고는 성실함과 자신감이 좌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