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 〈19〉
『오, 여보, 그럼 내 고향으로 갑시다. 내 고향에 가면, 오, 「평화의 집」 바그다드에 가면 그런 망측한 풍속은 없어요. 언니가 죽었다고 제 남편 버리고 형부와 사는 게 오히려 죄가 돼요』
그러자 아내는 낯을 찡그리며 말했습니다.
『어머, 망측해라! 언니가 죽었는데도 형부를 홀아비로 남겨놓다니, 그건 아버지한테 시집을 가는 것 만큼이나 끔찍한 일이에요』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나는 그녀의 생각을 도저히 바꾸어놓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자 나는 몰려드는 절망감으로 끝내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아내 또한 나의 머리를 쓸어안고 울었는데, 아내가 그렇게 울었던 것은 이제 혼자 살아야 하는 내가 불쌍해서였을 뿐입니다. 그날 밤 우리는 서로 다른 슬픔으로 부둥켜안은 채 밤새도록 울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나는 장인을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장인은 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장인은 큰딸이 죽은 슬픔 때문에 내가 하는 말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장인 곁에는 죽은 처형의 남편이 밉살스럽게도 두 눈을 멀뚱거리며 앉아 있었습니다.
나는 다시 왕을 찾아가 하소연하였습니다. 그러나 처음에 왕은 내가 하는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말했습니다.
『언니가 죽었다고 여동생이 형부의 아내가 되어야 하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알라께서도 여자는 한 남자를 섬겨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언니가 죽었다고 해서 남편 있는 여자가 남편을 버리고 형부한테 간다면 그것은 결국 두 남자를 섬기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내가 이렇게 말하자 왕은 딱하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내가 비록 왕이라고는 하지만 남의 사생활까지 관여할 권리는 없다. 그렇기는 하지만 언니가 죽은 뒤 언니를 대신하여 형부와 함께 사는 것은 굳이 두 남자를 섬기는 거라고 볼 수가 없다. 그것은 죽은 언니를 위하여 여동생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다하는 것일 뿐이다. 그대가 아내를 잃게 되었다면 그 대신 처제를 아내로 맞이하면 될 것 아닌가?』
나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만 애써 자신을 억누르며 말했습니다.
『저에게는 우선 처제가 없습니다. 저의 내자가 둘째 딸이자 막내딸이거든요. 그리고 설령 저에게 처제가 있었다 할지라도 그렇습니다. 저에게는 오직 저의 내자 밖에는 없습니다. 저는 내자를 잃어버리고 다른 어떤 여자와도 살 수 없습니다』
그러자 왕은 빙긋 웃을 뿐이었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왕에게 눈물로써 하소연했지만 왕은 난처해하며 말했습니다.
『그대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던가 하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하겠는가? 그대 동서가 죽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나는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말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왕의 태도로 보아 이 나라에서는 아내를 잃게 되었다고 나처럼 울고불고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로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