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자금 벌써 펑펑 써대면…

  • 입력 1997년 4월 27일 20시 08분


대통령선거 예비주자들이 벌써부터 돈을 펑펑 써댄다고 한다. 한보사건으로 92년 대선자금이 도마에 올라 있고 불순한 정치자금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이 더해가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이른바 대선주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곳곳에 사무실을 내고 경쟁적으로 사조직을 확대하고 있다는 보도다. 한달 지출 경비만도 사람에 따라 수억∼수십억원에 이르는가 하면 대통령당선 후의 특혜를 노리는 특정기업들 후원설까지 파다하게 퍼져 있다.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는 중이다. 대통령선거는 아직도 7개월 이상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보통일이 아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어찌 될 것인가. 92년 대선에 여권이 쓴 돈만 하더라도 1조원이 넘는다는 세간의 설을 감안하면 이번 대선에는 또 얼마나 자금이 뿌려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여야 정치권은 겉으로는 돈안드는 대선을 위해 고비용 정치구조를 개선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실상은 그와 정반대이니 한심하다. 우선 정치인들의 이런 의식구조부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선 예비주자들의 행태를 보면 정치권 전체가 한보사태와 대선자금의 원죄 때문에 몰락 직전까지 가 있는데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 「선거는 역시 돈」이라는 생각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같은 의식구조라면 제도를 아무리 고쳐봐야 헛일이다. 현행제도에 분명한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고쳐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도 제도가 나빠서 돈 선거 타락 선거가 된 것은 아니다. 수단 방법이야 어떻든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며 제도를 교묘히 악용해 온 게 우리의 선거풍토였다. 예나 지금이나 시민들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선거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부터 철저히 보강할 때가 되었다. 도대체 그 막대한 자금이 어떻게 조달되며 그 출처는 어디인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리 밝히려 해도 당사자가 입만 다물면 그만이다. 그러한 돈의 대부분은 떳떳하지 못한 목적에 연관되어 선거가 끝난 후면 정치 풍토를 흐리는 주범으로 작용해 온게 현실이다. 선거자금의 투명화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냥 버려둘 수는 없다.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정치정화는 불가능하다. 오는 12월의 대선이 92년 대선의 재판(再版)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오늘의 이 국가적 난국도 따지고 보면 돈정치와 그에 따른 정경유착에 뿌리가 있다. 그럼에도 지금 대선주자들의 처신을 보면 누가 당선되든 다시 대선자금의 「족쇄」에 묶이고 나라는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런 불행한 악순환이 계속되도록 해서는 안된다. 아무런 반성없이 과거와 같은 정치판을 다시 만들어가고 있는 여야 정치인들은 자제 자숙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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