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이용호/자식을 기르는 마음

  • 입력 1997년 4월 30일 08시 14분


밤새 아기와 씨름하다 벌겋게 부어오른 눈으로 출근하는 나날이 있었다. 아내도 잠을 못자 퉁퉁 부은 눈을 비비며 기저귀를 빠느라 허리 펼 틈이 없었다. 우리 부부는 지금 7개월된 아들을 키우며 「부모 현장체험」에 여념이 없다. 생후 일주일째 되던 날 아기는 황달과 설사로 인한 체중 격감으로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초췌한 모습으로 예닐곱개의 주사바늘을 온 몸에 꽂은 채 마치 고통받는 독립투사처럼 누워있는 아기를 하루 세번씩 면회하고 돌아서면서 밤새 안녕을 빌던 그때의 심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수혈을 하고 주사를 맞으며 입원한지 달포 쯤 되자 아기는 건강한 혈색과 체중을 되찾아 퇴원했다. 곧 숨이라도 넘어갈 듯 연약했던 아기의 모습을 떠올리며 우리 부부는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 많은 부모가 되리라 다짐했다. 밤낮이 바뀌고 보채는 아기를 달래고 재우느라 우리 부부는 생활 리듬이 깨지고 기력을 잃어갈 정도였지만 한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정성을 쏟았다. 아기를 위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고자 책을 보고 자문을 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냈다. 백일엔 푸짐한 잔칫상을 차렸고 그동안 도움 주신 분들께도 일일이 인사를 했다. 무엇보다 병마를 이기고 건강하게 자리를 지켜준 아기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가슴 죄며 간절히 소망한 덕분인지 아기는 지금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걱정했던 이목구비의 기능도 정상이고 이젠 재롱까지 부리는 모습을 보면 마술사를 보듯 신비하기까지 하다. 아내는 인형을 만들고 책까지 읽어주며 벌써 아이박사가 되었다. 나는 방안 가득 그림을 오려 붙이고 아기를 즐겁게 해주느라 재롱까지 부려본다. 우리는 아기 앞에선 항상 미소짓고 언제나 좋은 것만 보고 말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들녀석의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도 나를 이렇게 애지중지 키우셨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자식은 크면 부모 곁을 떠나지만 부모는 늘 자식을 가슴에 품고 산다고 했다. 자식을 낳고 길러봐야 부모심정을 안다고 한 어른들의 말씀이 하나도 그르지 않음을 체험하고 있다. 아들을 키우며 비로소 시골에 홀로 사시는 어머니가 문득문득 그리워지니 나도 이제 정말 어버이가 된 모양이다. 이용호(경남 사천시 삼천포화력 기계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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