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할 때 애용해 온 우리의 가정상비약 중 으뜸은 뭐니뭐니해도 우황청심환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시중에 나와 있는 일부 우황청심환에 수은이 함유돼 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더구나 수은을 과다함유한 우황청심환을 제조한 한의사를 구속한 당국과 우황청심환에 수은이 들어가도록 동의보감에도 명시돼 있다는 한약업자들 사이에 실랑이가 일고 있다.
문제는 기준치의 1백배가 넘는 과다한 수은이 체내에 들어와 축적되면 여러가지 생리적 기능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나아가 치명적인 질병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인체의 기능에 수은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는 경우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과다한 수은이 몸속에 들어오면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은 확실하다. 가볍게는 구토 설사에서 시작해 중증에 이르면 정신질환까지 야기시킨다.
심각해지면 뇌와 중추신경 계통을 마비시켜 시각장애 청각장애 말더듬증 운동장애 중풍 실명 치매 등을 일으켜 인체에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한다. 여성이 중독되면 기형아를 낳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수은은 혈중농도 1PPM 수준에서 감각이상증을 일으키는 매우 위험한 맹독성 중금속이다. 때로는 수은의 자체 독성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산업화가 진전됨에 따라 사용량도 급증해 수은 소비량은 세계적으로 1만t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공업폐수는 최종적으로 바다에 유입됨에 따라 어패류의 오염이 가속화되고 이의 섭취로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하지만 수은중독 피해는 서서히 나타나므로 언제 어떤 경로로 피해를 보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 맨해튼의 한 중년부인이 수은에 오염된 냉동생선을 장기간 먹은 결과 자기집 전화번호는 물론 딸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된 사건은 시사하는 바 크다.
동의보감이 우리 민족에게 끼친 긍정적 영향이야 물론 지대하다. 하지만 동의보감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과학적인 검증없이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일부 한의사들의 맹신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는 일이다.
작은 병을 고치려고 먹은 우황청심환이 심각한 불치의 병을 야기시킬 위험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건당국은 수은 함유 의약품들의 위험성을 일반에 주지시켜야 한다. 나아가 수은오염 식품의 유통을 사전에 차단해 치명적인 질병으로부터 국민건강을 보호하는 노력도 시급하다.
정차권(한림대 교수·영양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