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박남우/박석태씨 자살충격…왜 그가 죽어야하나

  • 입력 1997년 4월 30일 08시 14분


퇴근길 운전하던 차중에서 박석태상무의 자살 뉴스를 듣고 너무 놀라 핸들을 놓칠 뻔했다. 박상무와는 일면식도 없는 그리고 청문회도 본 적이 없는 말단공무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놀란 것은 죽음의 대상자가 바뀌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마치 관뚜껑을 열어보고 시신이 바뀌었을 때의 충격이라고나 할까. 개인적 고뇌가 얼마나 컸기에 사랑하는 가족과 목숨까지 버렸을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는 공평하지 못하고 또 질서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니 박상무 앞에 혀를 물고 죽어야 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왜 그 자신이 새치기로 목숨을 끊었단 말인가. 리스트의 저 꽁무니쯤에나 기록될 그가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는 이 슬픈 현실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막내딸이 들어오자마자 집안이 울음바다가 됐다는 기사를 보고 우리 가족 모두도 울었다. 도대체 폭로당한 사람이 죽어야지 어째서 폭로한 사람이 죽어야 한단 말인가. 사태가 이쯤됐으면 이제 우리 모두는 한보 리스트나 황장엽 리스트에 신경쓰기보다는 자살 리스트에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박상무는 주변인사나 가족의 용서를 빌면서 갔지만 자신의 자살 순위를 헤아려 보고 있는 지도자가 한 사람이라도 있을 때 눈을 감을 수 있으리라 본다. 참으로 자살해야 마땅한 것은 우리 모두의 구겨진 양심이 아닐까.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께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박남우(서울 광진구 자양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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