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구 서대신동 3가 高英洙(고영수·78)씨는 지난 71년 3월25일 서울은행 전신인 한국신탁은행이 낸 「1만원을 맡기면 25년 뒤에 3백77만5천원을 지급한다」는 광고를 보고 아들 명의로 「1만원 신탁」에 가입했다.
신탁은행은 당시 정부가 적극 추진한 저축장려정책의 일환으로 1만원 신탁상품을 전단과 신문광고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25년이 흘러 96년 3월25일. 고씨는 부푼 마음에 부산 중구 동광동 서울은행 부산지점을 찾아 신탁증서를 내밀었다. 그러나 은행측이 내놓은 돈은 약속금액의 6.6%인 24만8천1백8원에 불과했다. 은행측은 신탁증서 뒷면 약정서 5조의 「배당률이 재무부령에 의하여 변경될 때에는 그에 따르기로 한다」는 단서조항을 내세워 그 이상은 단 한푼도 줄 수 없다며 소송을 하려면 하라는 식으로 나왔다.
고씨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 소송을 제기했고 변호사도 없이 혼자 법전을 뒤적거리며 소송을 벌인 끝에 96년 10월29일 1심에서 승소했다(본보 96년 10월30일자 43면 보도).
그러나 최근 은행측의 항소로 진행된 항소심 공판에서 고씨는 병든 몸을 이끌고 10여차례나 법정을 오가며 외로운 투쟁을 벌였지만 패소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고씨는 『당시 1만원은 지금의 4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데 은행이 원금도 돌려주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대법원에 상고해 끝까지 은행과 싸울 작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