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의 바람인가. 아니면 바둑계를 뒤흔들 폭풍의 전조인가.
10대 신예기사들이 최근 파죽지세의 승리행진을 벌이면서 바둑계 판도에 큰 변화가 일 조짐이다. 아직 李昌鎬(이창호) 曺薰鉉(조훈현)의 아성은 건재하지만 신예기사들의 저돌적인 기세가 맹장(기성기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신예 돌풍의 선봉은 柳才馨(유재형·19)3단. 유3단은 금년 들어 3일 현재까지 24승4패(승률 85.7%)를 기록했다.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 중 최고의 승률이다. 이창호 조훈현9단의 승률은 75∼72%에 지나지 않는다. 유3단은 이미 대왕전과 국수전 본선에도 올랐다.
유공배 명인전에서는 4강에 진출해 있다. 지난 93년 입단한 유3단은 지난달 말 8연승을 올리며 한때 88.9%의 경이로운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유3단은 한판만 이기면 LG배 세계바둑대회 본선에 진출하게 되어 있어 첫 국제전 진출을 꿈꾸고 있다.
유3단과 동갑내기인 金萬樹(김만수)2단도 23승5패(승률 82.1%)를 기록하며 유공배 명인전의 8강까지 진출하는 좋은 성적을 보였다. 김2단은 금년 들어 徐奉洙(서봉수) 徐能旭(서능욱)9단 등 중견기사들을 잇달아 꺾어 기계를 놀라게 했다. 현재 승률 2위.
신예 돌풍은 국제무대에서도 거세게 불 전망이다.
금년 승률 3,4위를 기록하고 있는 李賢旭(이현욱·17)2단과 李世乭(이세돌·14)초단은 제2회 LG배 세계대회 본선에 「자력」으로 당당히 진출했다. 세계 고수들과의 접전에서 이들이 어떤 전과를 올릴지가 관심사다.
특히 입단 2년에 불과한 이초단은 세계대회 「최연소 본선 진출」이라는 신기록도 작성했다. 지금까지 세계대회 최연소 본선 출전기록은 지난 95년 제8회 후지쓰(富士通)배때 대만의 周俊勳(주준훈)6품이 세운 15세였다. 「비상한 기재」를 인정받고 있는 이초단은 LG배 예선에서 6연승을 올리며 본선에 뛰어 올랐다. 5단진 이상의 고단진은 세판 정도만 이기면 되지만 이초단은 저단진이라는 이유로 여섯번의 대국을 이겨야만 했다. 이초단은 대왕전에서도 「바둑 교수」 鄭壽鉉(정수현)8단을 누르며 본선에 뛰어 올랐다.
지난 95년 입단한 이현욱2단은 특히 금년 들어 12연승의 대기록을 세우며 일취월장하고 있다. SBS연승바둑대회에서 중국 출신 吳淞笙(오송생)9단을 눌렀다.
바둑계는 신예의 대약진을 이렇게 분석한다.
『그들(10대 기사)은 9단이든 8단이든 무서워하지 않는다. 마치 입시준비를 하듯 바둑공부를 하고 있다. 그들로 인해 2,3년이 지나면 바둑계는 대폭적인 세대교체가 불가피할 것이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