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폐 목욕의 원조로 잘못 알려진 나라 터키. 주(駐)터키 한국대사관에서 6년간 일하면서 이 나라의 매력에 푹 빠져든 외무부 사무관이 터키 역사를 우리말로 옮겼다.
외무부 중구과(中歐課)의 李羲徹(이희철·44)사무관. 그는 지난 91년부터 올 2월까지 터키에서 근무하는 틈틈이 미국 조지 워싱턴대 로드릭 데이비슨 교수가 쓴 「Turkey, A Short History(터키약사)」를 번역했다. 신국판 3백쪽 분량.
이는 15세기 오스만 제국 황금기에서 현대 터키 형성에 이르는 과정을 집약해 정리한 책. 이사무관은 『터키인은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선상에서 독특한 동서양 융합문화를 가꿔온 민족』이라며 『그런 점에서 터키사는 세계사의 축소판 성격을 띤다』고 설명했다.
한국외국어대 터키어과를 졸업한 이사무관은 앙카라에 있는 터키국립 가지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터키통. 국내 독자가 터키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3백여개의 역주를 달았다.
이사무관은 원전 저작권을 갖고 있는 영국 출판사와 끈질기게 접촉해 한국내 판권을 확보한 상태. 국내에도 터키탐구 욕구가 잠재해 있을 것이라는 게 역자의 판단이지만 선뜻 나서는 출판사는 아직 없다. 그는 『먼나라 터키도 한국에 정당하게 소개될 권리가 있다』며 「문화적 편식」에 길들여진 우리 출판풍토의 가벼움을 안타까워했다.
〈박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