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맥주회사는 작년부터 주당(酒黨)들을 위해 서울 도심에서 위성도시까지 심야 무료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애주가의 음주운전을 막고 비싼 택시요금을 아껴주자는 배려이겠지만 애교있는 상혼으로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니다. 단속 경찰관에게 『음주측정을 거부하겠다』며 당당하게 맞서는 만취 운전자 모습이 얼마전 TV카메라에 잡혔다. 탤런트 가수 운동선수 등 대중인기인들이 음주운전사고로 곤욕을 치르는 것도 눈에 설지 않다
▼올들어 10차례 실시한 경찰 단속에서 적발된 음주운전자는 하루평균 2천45명. 「살인흉기(凶器)」가 질주하는 거리는 살얼음판 같다. 특히 불시에 단속하건 사전에 알리고 단속하건 음주운전자 수는 차이가 없다니 정말 놀랍다. 단속 불감증(不感症)에 걸린건지 배짱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 또는 정지된 사람까지도 다시 술을 마시고 차를 모는 강심장에는 할 말을 잃는다
▼작년 한해 2만5천8백여건의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발생, 9백79명이 숨지고 3만8천9백여명이 다쳤다.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자가운전자 10명중 2명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술을 마시고 운전했으며 3분의1은 음주운전이 적발되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조사대상의 절반가량은 경찰관에게 돈을 주고 음주운전 처벌을 면했다니 충격적이다
▼술에 취해 운전하다 남을 죽이면 「살인」이고 자신이 사망하면 「자살」임을 술꾼들은 명심해야 한다. 1년이하의 징역이나 50만∼3백만원 벌금인 현행 음주운전 처벌규정은 우리사회의 음주운전 버릇을 고치는데는 너무 관대하다. 처벌규정의 강화가 급하다. 사고를 내지 않아도 음주운전자의 자동차보험료를 대폭 할증한다는 당국의 생각도 옳다. 음주운전은 우리 시대에 추방해야 할 사회 공적(公敵) 1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