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철씨 돈받은 일 없다더니…

  • 입력 1997년 5월 7일 20시 01분


金賢哲(김현철)씨의 거짓말은 가증스럽다. 남의 돈은 일절 받은 일이 없다고 청문회에서 잡아떼더니 검찰수사가 죄어오자 몇몇 업체로부터 13억원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잘못을 뉘우쳐 그런 것도 아니다. 대가성 없는 활동비 명목의 후원금을 받았을 뿐이라고 측근을 통해 주장하면서 죄 될 것이 없다고 강변했다. 국회와 검찰을 뭘로 보기에 거짓말하고 말바꾸고 멋대로 법해석까지 하는지 가당찮다. 현철씨가 청문회에서 진실만을 말했다고 믿는 국민은 없었다. 그렇더라도 눈물까지 흘리며 자기말을 믿어달라는 호소에 설마 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그것마저 국민을 속이고 동정심을 유발하려한 치졸한 연극이었음이 드러났다. 13억원 수수를 시인했으나 과연 그것밖에 없겠느냐는 시각이 만만찮다. 92년 대선과 95년 지방선거때 각각 10억원과 3억원을 받았다고 했으니 그동안 대선자금은 관여하지 않아 몰랐다는 말도 새빨간 거짓말이 아닌가. 현철씨 측근인 金己燮(김기섭)전 안기부운영차장의 거짓말이 드러난 것도 불쾌하다. 대선자금은 물론이고 이권에 개입해 어떤 돈도 받은바 없다고 증언했던 그가 수십억원을 특정업체에 맡겨 관리해왔음이 검찰수사 결과 밝혀졌다. 사실이라면 현철씨든 그의 측근이든 돈문제에 관한 한 철저히 숨기고 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셈이다. 그런데도 국회한보특위의 여당위원들은 그들을 감싸며 위증고발조차 막았으니 한심하다. 세상에 공돈은 없는 법이다. 또 설혹 현철씨측 주장대로 대가없는 돈을 받았다 해도 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명백한 사실까지 봐줄 수는 없다. 여당은 이제라도 이들을 위증죄로 고발토록 해야 한다. 검찰 또한 그들의 비리를 철저히 밝혀 딴소리를 못하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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