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 〈36〉
거인이 잠든 틈을 타 우리는 성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빠져나갈 길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나 거인이 성문을 단단히 걸어 잠가버렸기 때문에 빠져나갈 구멍이라고는 없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거인은 잠에서 깨어나 벌떡 일어나더니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어버렸습니다. 거인이 사라졌을 때에야 우리는 우리에게 닥친 이 끔찍한 횡액을 탄식하였습니다.
『바다에 빠져 죽든지 원숭이들한테 잡아먹히는 편이 차라리 나았을 거야. 불에 구워져서 죽는 건 우리같은 회교도한테는 어이가 없는 죽음이야!』
그러자 다른 누군가가 울면서 말했습니다.
『우리들도 결국에는 괴물의 저녁거리가 되겠지. 그렇게 되면 우리가 어디서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르게 될 거야』
그때 항해사가 소리치며 말했습니다.
『그렇게 울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어? 이럴 게 아니라 도망칠 구멍이라도 찾아보자고. 선장님이 죽었으니 이제 모두들 내 지시를 따라야 해』
그리하여 우리는 항해사가 지시하는 대로 각각 흩어져 성채 안을 돌아다니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나 성벽은 너무 높고 성문들은 굳게 닫혀 있어서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라고는 없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해는 저물었습니다. 해가 지고 얼마 안가서 갑자기 땅이 흔들흔들 움직이는가 싶더니 그 식인 괴물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놈은 어제 저녁에 그렇게 했던 것처럼 우리들 중 하나를 골라 땅바닥에 내동댕이쳤습니다. 그리고는 쇠꼬챙이에 끼워 불에 구워 먹어버렸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다시 걸상에 나자빠져 방귀를 뀌고 코를 골며 잠들었습니다. 살아 남은 사람들은 너무나 무서워 성채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와들와들 떨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거인은 전과 같이 다시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습니다. 그가 사라지자 우리는 이마를 맞대고 의논을 하였습니다.
『나의 생각을 들어보시오. 무슨 수를 쓰든지 놈을 해치우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우리 모두가 저녁거리가 되고 말 거요』
『그렇지만 무슨 수로 그 큰 괴물을 해치울 수 있단 말이오? 자칫 잘못하여 놈을 화나게 하면 놈은 우리를 한꺼번에 쇠꼬챙이에 끼워 소금에 절여둘지도 모를 일이오』
그때 내가 나서서 말했습니다.
『여러분,나한테 한가지 생각이 있으니 들어보시오. 내 생각에는 놈을 해치울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저기 보이는 저 쇠꼬챙이들 뿐인 것 같소. 저 쇠꼬챙이로 놈의 눈을 찔러버리면 놈은 장님이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우리는 놈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동료들 중 하나가 반박하며 말했습니다.
『놈의 눈을 찔러버린다 해도 어떻게 이 성채를 빠져나갈 수 있단 말이오?』
그래서 나는 다시 말했습니다.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하기로 합시다. 일단 놈을 장님으로 만들어버리면 무슨 좋은 수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로서는 더 이상의 희생을 막는 것이 시급한 문제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모두 수긍했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