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구차한 삶이다. 나이 오십이 넘도록 허풍과 몽상으로만 살아온 두 남자. 길 끝에 매달려 있는 듯한 대책없는 인생 옆에 늙은 창녀도 한 명 기대어 있다.
서울 원서동 북촌창우소극장에서 공연중인 「길 끝에서」. 누추한 오두막엔 떠버리 돌포(주진모 분)와 소심한 몽상가 베르토(오광록)가 「거의 종점에 다 온 인생처럼」 살고 있다. 티격태격 애증이 오가는 삶 속에서 이들이 목빠지게 기다리는 것은 「그」다.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상시키지만 이와 다른 점은 암담함 속에서도 삐쭉 고개를 내민 희망과 유머감각이다. 이탈리아 여성극작가 에바 프랑키는 이들 「종 친 인생들」의 입을 통해 『그래도 인생이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극연구소 제작, 임경식 연출. 6월8일까지 화∼금 오후7시반, 토일 공휴일 오후 4시반 7시반. 02―763―1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