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1층 로비.
현직 대통령의 아들인 金賢哲(김현철)씨의 출두를 앞둔 로비에는 출두 예정시간인 오후 2시가 되기 훨씬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각 방송사 스태프는 케이블을 연결하고 방송용 부스를 설치하는 등 생방송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2백여명에 이르는 국내외 취재진도 대검청사 로비 입구에 설치된 포토라인을 겹겹이 에워싸고 현철씨의 검찰 출두에 대비했다.
오후 1시54분. 『정문통과』라는 말과 함께 현철씨가 타고 온 「서울 30다 4155호」 검은색 쏘나타Ⅱ 승용차가 모습을 드러내자 로비에는 긴장속에 침묵만이 흘렀다.
金泳三(김영삼)정부의 「황태자」로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하고 국정을 농단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현철씨가 지난 2월21일 명예훼손사건의 고소인 자격으로 출두한지 83일만에 「피의자 자격」으로 다시 검찰에 출두하는 순간이었다.
현철씨가 짙은 남색 싱글차림으로 로비 입구에 도착하자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잇따라 터지고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대선자금을 얼마 남겼습니까』 『청문회에서 왜 거짓말을 했습니까』 『아버지에게 할 말은』 『심경은 어떻습니까』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앞만 쳐다보던 현철씨는 3초 정도 취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해준 뒤 『자 이제 갑시다』라고 들릴락말락한 한마디 말만 남긴 채 수사관들과 함께 11층 조사실로 향했다.
현철씨는 이날 지난 2월21일 고소인 자격으로 출두했던 때와는 달리 착잡해 하는 표정이 역력해 자신이 구속될 것이라는 점을 예감한 듯 했다.
이날 현철씨의 출두모습을 지켜보던 한 검찰직원은 『전직도 아닌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을 전제로 검찰에 소환된다는 것은 괴로울 뿐만 아니라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이같은 불행한 역사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